슈퍼마이크로 컴퓨터(Super Micro Computer Inc.)가 4분기(2024회계연도 기준) 매출과 순이익에서 월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놨다. 이에 따라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5%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적 부진은 고성능 컴퓨팅(High-Performance Computing·HPC) 및 인공지능(AI) 학습용 서버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 심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회사 측은 고밀도 서버·액침식 냉각(liquid cooling) 솔루션 등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왔으나, 델 테크놀로지스·HP 엔터프라이즈(HPE)와 같은 대형 기업들이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세를 강화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AI 수요 기대감에 91% 급등했으나, 4분기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15%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는 연초 이후 누적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한 수준이다.
■ 치열해진 서버 시장, “점유율 잠식” 우려
슈퍼마이크로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기반 AI 서버 부문에서 선두를 달려왔으나, 델·HPE 등 글로벌 대형 업체들이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과 기존 고객사를 활용해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D.A.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Gil Luria) 전무이사는 “서버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매우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슈퍼마이크로의 실적 악화는 점유율 손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객들은 제품 선택에 있어 대단히 까다로우며, 델·HP 등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드슨
이러한 평가는 곧 브랜드 신뢰도와 공급망 안정성이 AI 인프라 투자 결정에서 핵심 변수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실적 세부 지표
슈퍼마이크로가 발표한 2024회계연도 4분기(4월~6월) 세부 실적은 다음과 같다.
- 매출액: 57억6,000만 달러 – LSEG 기준 월가 평균 전망치 58억9,000만 달러 대비 약 2.2% 하회
- 조정 주당순이익(EPS): 0.41달러 – 컨센서스 0.44달러 대비 3센트 낮음
회사는 2026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로 최소 330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LSEG 집계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299억4,000만 달러)를 약 10% 웃도는 수준이다. 장기 성장 로드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지만, 단기 실적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AI 서버”·”액침식 냉각”이란?
AI 서버는 GPU·TPU 등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가속기를 대량 탑재해 머신러닝·딥러닝 모델 학습 속도를 극대화한 전용 장비다.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액침식 냉각 혹은 액체 순환 냉각 시스템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통적 공랭식 대비 열전도율이 높아,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과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해당 분야에서 모듈형 설계·맞춤형 수랭 솔루션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hyperscaler)·대기업 고객들이 기존 협력사가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수주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 회계 이슈 극복과 신뢰 회복 과제
슈퍼마이크로는 과거 재고평가 오류 등 회계 관련 이슈로 인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정 요구를 받은 바 있으며, 2023년 말 내부 통제 개선과 재무제표 재작성 후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그러나 최근의 실적 변동성은 투자자 관점에서의 신뢰 회복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나타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2026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CAPEX(설비투자) 가운데 AI 인프라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며, 슈퍼마이크로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기자의 시각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한 분기 실적 부진을 넘어, AI 붐 속에서도 브랜드 파워·서비스 생태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슈퍼마이크로가 대형 벤더 대비 규모의 경제 열세를 극복하려면, ▲초고밀도 서버 분야에서의 독자 기술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 통합 역량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통 파트너십 확대와 글로벌 애프터서비스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고객사가 장기적 인프라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2026회계연도 매출 33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수주 파이프라인의 가시성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 성장 스토리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 실적 변동이 반복된다면, 고평가 논란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 결론
슈퍼마이크로의 4분기 실적은 AI 서버 수요 폭발이라는 산업 호황 속에서도 점유율 경쟁에서 체력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가 제시한 장기 성장 가이던스가 실현되려면, 기술적 우위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와 글로벌 영업 인프라 강화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향후 몇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지가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