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국 네브래스카주 1선거구를 대표하는 공화당 마이크 플러드(Mike Flood·57)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세제·재정지출 삭감 패키지를 옹호하려다 타운홀 미팅*1에서 한 시간 넘게 야유와 고성에 시달렸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플러드 의원은 네브래스카 주도 링컨에서 열린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저소득층 의료지원 프로그램 ‘메디케이드’*2 축소, 식품보조금 삭감,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질문 세례를 받았다.
“공공의료 혜택은 합법적 신분을 갖추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확대돼선 안 된다. 또한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거부하는 성인에게 제공돼서도 안 된다.”
플러드 의원은 이렇게 밝히며 ‘메디케이드 보호’를 주장했지만, 곧바로 청중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정부 문서 공개를 지지한다고 발언해 잠시 박수를 받았으나, 분위기는 곧 다시 험악해졌다. 청중 가운데 일부는 “Vote him out!”을 연호하며 내년 중간선거에서 그를 끌어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빅 앤드 뷰티풀 법안’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Big, Beautiful Bill’이라 칭한 이 법안은 2017년 세제개편의 감세 조치 연장과 국경안보·군사비 증액이 핵심이다. 그러나 미 연방부채를 3조4천억 달러 더 늘려 총 36조2천억 달러로 확대하고, 약 1천만 명이 건강보험을 상실하게 될 전망이어서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플러드 의원은 “우리는 부채의 미래 증가분에서 2조 달러를 잘라냈고, 경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잘못된 정보가 많다”라고 주장했지만, 장내는 끝내 야유로 가득 찼다.
청중과의 날선 공방
한 여성 참가자는 “‘악어 알카트라스’라 불리는 플로리다 남부 이민자 구금센터에 재난구호 예산을 전용해놓고, 파시즘 국가에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플러드 의원은 “미국인들은 2024년 대선에서 ‘안전한 국경’을 선택했다. 나는 대통령의 이민법 집행을 지지한다”라고 응수했다.
또 다른 질문자는 “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플러드는 “동의하지 않는 사안을 발견하면 먼저 언론 카메라가 아닌 당내 협상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선거 구도와 정치적 계산
하원 전체 435석 가운데 공석 4석을 제외하고 공화당은 219석으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플러드 의원의 지역구는 전통적 공화당 텃밭으로 내년 중간선거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30여 개 ‘경합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타운홀 미팅 직후 기자들과 만난 플러드 의원은 “모두의 질문에 답하려 했다. 답변에 동의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주민들의 날카로운 질문이야말로 나를 더 나은 의원으로 만들어 준다”고 자평했다.
용어 설명
*1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지역 주민이 의원과 직접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공개 간담회 형식이다. 미국 의회 전통에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입법 방향을 설명하는 창구로 활용된다.
*2 메디케이드(Medicaid):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 부담하는 저소득층 의료보조 프로그램으로, 1965년 제정된 사회보장제도의 한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