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건설·광산 장비 기업 캐터필러(Caterpillar Inc.)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조정 기준 주당순이익(Adjusted EPS)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수요 둔화, 가격 압력, 그리고 미국발 관세(관세전쟁 여파)로 인한 비용 증가가 실적에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터필러의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은 4.72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실적인 5.99달러에 비해 약 21.2% 감소한 수준이다. 미 증권거래소(NYSE) 개장 전 발표된 잠정 실적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로이터 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회사 측은 구체적인 매출액이나 세부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분기 건설·광산 장비 전반에서 주문·납품 속도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이 약화됐다”
고 밝혔다. 또,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비 수요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수요 둔화와 가격 압박이 미치는 영향
수요 둔화는 경기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건설·광산 투자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때 흔히 발생한다. 캐터필러처럼 중장비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은 프로젝트 착공·채굴 확대 등 ‘실물투자’ 흐름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경제 전반의 성장률이 둔화하거나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 주문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가격 압박(프라이싱 프레셔)은 경쟁사의 공격적 할인, 원자재 투입 비용 상승, 유통·물류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기업은 매출 유지를 위해 제품 가격을 높이기 어렵거나, 오히려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할인·판촉 전략을 택해야 할 때가 많다. 그 결과 마진율이 축소될 위험이 커진다.
미국 관세 부과가 비용 구조에 미친 파장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대유럽 수입 관세는 부품·원자재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조달하는 대형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이다. 관세가 적용되면 회사는 ①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거나, ② 스스로 비용을 흡수하는 식의 전략 선택에 놓인다. 캐터필러는 이번 분기에 관세 흡수 전략을 일부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 부담은 직접비뿐 아니라 재고 관리, 보관·통관 비용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총원가(COGS)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중장비처럼 자재 비중이 큰 산업재의 경우 관세율 1%p 상승만으로도 수백만 달러 단위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조정 주당순이익(Adjusted EPS)’이란?
조정 주당순이익은 기업이 특별손익(예: 일회성 충당금, 인수합병 비용, 구조조정 비용 등)을 제외하고 산정한 핵심 영업성과 지표다. 일반 주당순이익(EPS) 대비 기업의 본질적 수익력을 더 명확히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업마다 ‘특별손익’ 범주 정의가 다를 수 있어, 투자자는 세부 항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분기 캐터필러의 조정 EPS는 4.72달러로, 시장이 예상해 온 ‘고비용 구간’이 현실화됐음을 방증한다. 회사 측은 특별손익 조정 항목과 관련한 추가 정보를 추후 공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조정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관전 포인트
캐터필러의 실적 발표는 미국 제조업 경기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건설용 장비·광산용 트럭 같은 핵심 제품 라인업이 경기 탄력성이 높아, 회사 실적이 선행지표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 부진이 단순한 일회성 요인인지, 장기 구조적 문제인지 주목하고 있다. 관세·가격 압박이 지속될 경우, 캐터필러는 생산 거점의 다변화 또는 원가 절감을 위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향후 인프라 법안 집행·신흥국 광산 투자 확대 등 호재가 현실화될 경우, 주문 회복 시간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건은 현금흐름 관리다. 조정 EPS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캐터필러는 오랜 기간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프라이싱 프레셔(Pricing Pressure)는 기업이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리기 힘들거나 오히려 낮춰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경쟁 심화, 수요 감소, 원가 상승 등을 꼽을 수 있다.
관세(Tariff)는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이다. 관세율이 높아질수록 수입 가격이 상승해, 국내 기업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생산·대체 공급망 구축을 고려하게 된다.
주당순이익(EPS)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주식 1주당 이익 규모를 나타낸다. 투자자는 EPS를 통해 기업의 수익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전망과 결론
캐터필러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은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정책 리스크가 실물투자와 기업 수익성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장기 인프라 투자 확대, 친환경·전동화 장비 수요 증가 등 긍정적 동인도 상존한다.
결국 캐터필러는 원가 구조 최적화, 생산·조달 구조 다변화, 신제품 혁신을 통해 ‘고비용·저수요’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회사의 향후 전략 변화와 글로벌 정책 환경이 맞물리면서 실적 반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원문(Reuters) 기사 내용을 정리·번역한 것이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기 전 개별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