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설탕 수요 회복 신호에 가격 상승

뉴욕 ICE 원당 11호(10월물)·런던 ICE 백설탕 5호(10월물) 선물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글로벌 설탕 시장에 수요 회복 기대가 퍼지고 있다. 뉴욕 시장에서는 10월물 원당이 전 거래일 대비 0.07센트(0.43%) 오른 파운드당 16.26센트에 마감됐고, 런던 시장에서는 10월물 백설탕이 3.80달러(0.82%) 상승한 톤당 468.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반등은 파키스탄 정부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10만 t 규모의 설탕 추가 구매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공매도 환매(short covering)를 촉발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파키스탄은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뉴욕 ICE 원당 11호 선물 차트

그러나 장기적 공급 증가 전망은 여전히 가격의 상방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 원당은 1.5주 만의 최저치, 런던 백설탕은 4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는데, 이는 브라질의 생산 확대 조짐이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에 따르면 7월 상반기 브라질 중남부 지역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 t를 기록했다. 또한 사탕수수 압착량 중 설탕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 50%에서 54%로 확대됐다.


공급 측 변동 요인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는 수확 가속화와 설탕 중심 가공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다타그로(Datagro)는 브라질 공장이 에탄올보다 마진이 높은 설탕 생산에 더 많은 사탕수수를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인도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몬순 강우 덕분에 2025/26년(10월 시작) 시즌에 인도가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은 8월 4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500.8mm(정상 대비 4%↑)라고 발표했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는 2025/26 마케팅연도에 200만 t 수출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 연맹(NFCSF)은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25년 생산량(2,620만 t) 대비 17.5% 감소 후 반등할 것이라는 의미다.

런던 ICE 백설탕 5호 선물 차트

태국 또한 2024/25 시즌 생산량이 14% 증가한 1,000만 t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 2위 수출국으로서 글로벌 공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요 측 호재

가격 하락이 수요를 자극한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 t를 기록했다. 또한 코카콜라가 미국 시장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설탕 소비가 4.4% 증가한 1,150만 t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수급 균형 전망은 엇갈린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년도 세계 설탕 공급부족 규모547만 t로 상향 조정해 9년 만의 최고치를 제시했다. 반면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생산이 4.7% 증가한 1억8,931만 t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재고도 7.5% 증가한 4,118만 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USDA 해외농업국(FAS)은 2025/26년 국가별 전망으로 브라질 4,470만 t(+2.3%), 인도 3,530만 t(+25%), 태국 1,030만 t(+2%)을 제시했다.


시장 전문용어 해설*투자 참고

원당 11호(#11)는 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공 전 원당(raw sugar) 표준 계약을 의미한다. 백설탕 5호(#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white sugar) 선물 계약이다. 숫자는 계약 규격을 나타내며, 각각 거래 단위·품질·인도 조건이 상이하다.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두 계약의 가격 차이를 통해 원당→정제 설탕 전환 마진을 가늠하기도 한다.


한편 UNICA는 7월 중순까지 집계한 2025/26 브라질 중남부 누적 생산이 전년 대비 9.2% 감소한 1,565만 t라고 밝혔다. 브라질 농업통계국(CONAB)도 2024/25 시즌 생산이 3.4% 줄어든 4,411만 t라고 추정했다. 가뭄과 고온이 사탕수수 수확량을 떨어뜨린 탓이다.

반면 세계 최대 원당 트레이더인 차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시장이 최근 8년 만에 최대 규모인 750만 t 초과 공급(흑자)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설탕 가격에 중기적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처럼 공급·수요 지표가 엇갈리면서 뉴욕 원당은 지난달 4.25년 만의 최저치, 런던 백설탕은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뒤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파키스탄·중국을 포함한 수입 확대세가 단기적인 지지 요인인지, 아니면 공급 증가 압력을 상쇄할 구조적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