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 상장사 미쓰비시중공업(7011)이 호주 해군으로부터 최대 A$100억(미화 64억7,000만 달러) 규모의 모가미급(Mogami-class) 호위함 건조 사업을 따내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번 계약은 일본 방위·조선 산업이 해외에 대형 수출 실적을 추가한 사례로 기록되며, 양국 간 방산 협력 강화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는 자국 국가안보위원회(NSC)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MHI)이 제안한 모가미급 개량형을 독일의 MEKO A-200을 제치고 최종 채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 주가는 00:51 GMT 기준 전일 대비 4.5% 오른 3,705엔까지 급등하며 6월 30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모가미급 호위함은 10,000해리(약 18,520km)에 달하는 작전 반경, 32셀 수직발사체계(VLS), 최신 다기능 레이더, 그리고 선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승조원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호주 국방부는 설명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할 첫 3척은 일본 내 조선소에서 제작되며, 이후 물량은 서호주 퍼스 인근의 해군 조선 클러스터에서 이어받아 생산된다. 호주 정부는 “연속적인 물량 공급 체계를 통해 약 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 구조 및 일정
이번 프로젝트는 단일 패키지가 아닌 단계별(preliminary design → detailed design → construction) 방식으로 체결됐다. 총 예산은 A$100억으로 책정됐으며, 첫 함은 2029년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 양국은 부품 표준화·훈련 체계 공동 개발을 통해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일본 방산 수출 전략의 전환점
일본은 2014년 무기수출 3원칙을 폐지한 이후 제한적 방산 수출을 허용해 왔으나 실제 성과는 미미했다. 이번 수주는 일본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둔 첫 대형 케이스로 평가된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IHI 등 주요 조선·중공업사의 R&D 투자 확대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 국방 조선 산업에도 훈풍
호주는 영국·미국과 함께 AUKUS 안보동맹 참가국으로, 잠수함 공동개발 외에도 해군 함정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헌터급(영국형) 구축함 사업이 일정 지연과 예산 초과 문제를 겪으면서 모가미급 도입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퍼스 인근 헨더슨 조선단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고급 용접·통합전투체계 엔지니어링 등 첨단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주식시장 반응 및 투자 포인트
도쿄 증권거래소(TSE) 1부에서 거래되는 미쓰비시중공업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아시아 안보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방산·항공 부문 실적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번 수주로 2026~2030 회계연도 매출 가시성이 확보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률 8%대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함정 건조 프로젝트 특성상 초기 현금 유출이 큰 만큼 재무 레버리지·현금흐름 관리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모가미급 호위함이란?
모가미급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2022년 처음 취역시킨 차세대 다목적 호위함이다. 배수량 5,500톤, 최대 속력 30노트에 스텔스 설계와 첨단 센서 융합 기능이 적용돼 있다. 대수상·대잠·대공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32셀 VLS, 신형 함대공 미사일, 함재 헬리콥터 데크를 탑재했다. 또한 완전 전기추진(IFS, Integrated Full Electric System)이 도입돼 연료 효율과 소음 저감 효과를 동시에 얻는다.
국제 방산 시장의 함의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형 호위함 시장은 독일 티센크루프,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등 전통 강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기업이 유럽 업체를 제치고 서방 우방국 대형 사업을 수주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로, 일본 정부가 기술 이전, 공동 연구개발, 직도입 부품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호주 현지 조달 비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협력 지속 여부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또, 일본 조선업계는 방산·상선 병행 전략 속에 국내 인력 고령화·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 반면 호주는 장기 후속군수지원(ILS) 체계를 일본과 공동 구축함으로써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망
미쓰비시중공업은 호주 프로젝트를 레퍼런스 삼아 동남아·중동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군사·방산 수출 허가 체계 개선안이 이르면 내년 시행되면, 후속 호위함·잠수함 사업에서 일본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