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지난 6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경우 정책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부 위원들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공개된 6월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글로벌 교역 환경이 개선될 경우 일본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확실해질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견해를 교환했다.
회의록은 “경기 회복과 수출 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담고 있다. 다만, 위원 대부분은 미·중 무역 갈등, 유럽 경기 둔화, 엔화 변동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이유로 조기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갈등과 금리 정책의 연계
무역 갈등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기업 심리와 수출 실적을 통해 나타난다. 일본은 총수출의 약 55%를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전자부품·자동차 부품·화학 소재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이 있다. BOJ 내부에서는 “외생 변수로 인해 수요가 꺾였을 때 금리를 올리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된다”는 경계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정책 배경
현재 BOJ의 정책금리는 -0.1%로, 2016년 1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9년째 지속되고 있다. 또한 수익률곡선통제(YCC·Yield Curve Control)를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0% 부근에서 관리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초과해 3% 내외로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늘어나면서 양적·질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YCC 세 축을 언제 어떻게 축소할지가 시장의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 용어 설명
YCC는 중앙은행이 장·단기 금리를 동시에 관리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단기 정책금리를 음(-)의 영역에 두면서, 동시에 장기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금리가 특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개입한다. 이 방식을 통해 BOJ는 장기금리 급등을 억제하고, 가계·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어 총수요를 자극한다.
회의록 속 정책 시나리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무역 긴장이 완화되어 수출·설비투자가 개선된다면, 2026 회계연도 초에는 목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이 경우 BOJ는 우선 10년물 금리 허용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거나, 매입 규모를 줄여 장기금리를 자연스럽게 상승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추가 부양이 필요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시장 반응
회의록 공개 직후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0.3% 상승(엔화 강세)한 134엔대 중반까지 밀렸다가, “금리 인상은 여전히 조건부”라는 해석이 우세해지면서 낙폭을 반납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2bp(1bp=0.01%p) 상승한 0.64%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전문가 시각
“BOJ가 실제 행동에 나서려면 첫째, 미·중 관세 문제가 완화돼 교역량이 안정 회복할 것, 둘째, 임금 인상 → 소비 증가 → 인플레이션 고착이라는 선순환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
라고 도쿄 소재 K증권의 스즈키 나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는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은 발표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의 일정
BOJ는 9월 18~19일 차기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 예정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위원들이 전 분기 대비 성장률, 임금·물가 전망을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정리
6월 회의록은 “무역 갈등 완화 시 금리 인상 재개”라는 조건부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대외 리스크가 남아 있는 한 긴축 전환의 속도와 시점은 신중히 결정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일본 경제가 물가·임금·교역 측면의 복합 변수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따라 BOJ의 다음 스텝이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