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독일 블라이히 오토메이션 인수…오토메이티드 로직의 유럽 현지 거점 본격 확장

미국 냉난방·공조(HVAC) 및 에너지 솔루션 선도기업 캐리어 글로벌 코퍼레이션(Carrier Global Corporation, 종목코드: CARR)이 독일의 자동화 시스템 통합업체 Blaich Automation GmbH를 전격 인수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캐리어의 빌딩 관리 계열사 오토메이티드 로직(Automated Logic)은 독일에 첫 자체 지사를 설립하며, 유럽 최대 경제권인 독일 시장에서 입지를 대폭 강화하게 됐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데이터센터·제약·산업설비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지능형 빌딩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는 흐름과 맞물려 추진됐다. 캐리어는 “독일은 유럽 내 제조·물류 허브이자 에너지 전환(에너지벤데)을 선도하는 국가로, 고효율·저탄소 빌딩 관리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캐리어 유럽 중부지역 총괄 Karl Boerner 전무는 “이번 인수는 오토메이티드 로직의 중부 유럽 전략 거점을 공고히 하고, 고객의 건물 성능·에너지 효율·운영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려는 당사의 사명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Blaich Automation 본사 전경

Blaich Automation은 200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라인펠덴-에히터딩엔(Leinfelden-Echterdingen)에 설립된 민간기업으로, 빌딩 관리 시스템(BMS), 산업 자동화, 미디어 기술을 맞춤 설계·통합하는 역량을 강점으로 인정받아 왔다. 특히 지속가능한 설비 제어고밀도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 독일 내 주요 제조사 및 글로벌 IT기업과 협업하며 레퍼런스를 쌓았다.

회사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Daniel Blaich는 “캐리어와 같은 글로벌 리더의 일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

‘혁신(Innovation)과 품질(Quality)에 대한 공동의 열정’

을 바탕으로 독일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후에도 Blaich 경영진은 현 체제를 유지하며, 동일한 사무실에서 오토메이티드 로직 독일 지사로서 운영을 계속한다.


빌딩 관리 시스템(BMS)·산업 자동화란?

BMS는 냉·난방, 공조, 조명, 보안 등 빌딩 설비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제어해 에너지 사용량과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센서·클라우드·AI를 접목해 지능형 빌딩(Intelligent Building)으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 자동화는 생산 라인과 물류설비를 자동 제어하는 기술로, 제조업의 효율성·품질·안전성을 개선한다.

오토메이티드 로직은 1977년 설립된 미국 조지아주 기반 기업으로, BMS 소프트웨어 ‘WebCTRL’을 비롯한 하드웨어·서비스를 제공하며 북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독일 현지 인력과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보함에 따라, 유럽판 WebCTRL 에코시스템 구축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내부

독일 시장의 전략적 의의
독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EU 택소노미·에너지효율지침(EPBD) 강화 등에 따라 노후 건물 리노베이션→고효율 시스템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슈투트가르트·프랑크푸르트 일대에는 자동차·화학·제약 제조시설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집적돼 있어, 캐리어가 강점을 지닌 고효율 냉각 기술의 타깃 시장이 풍부하다.

한편, 8월 4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 정규장에서 캐리어 주가는 전일 대비 0.57% 하락한 66.54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시간외 거래에서는 0.96% 상승한 67.18달러를 기록, 투자자들이 인수 소식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음을 시사한다.

캐리어 주가 차트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분석가들은 캐리어가 최근 탄소중립·스마트빌딩·데이터센터 냉각 등 고성장 테마에 집중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왔다고 평가한다. 특히 2023년 이래 글로벌 BMS 시장은 연평균 11%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은 EU 그린딜과 에너지 위기 대응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독일식 정밀 엔지니어링과 미국식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결합되면 에너지 효율 30% 이상 개선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기자의 관점에서 볼 때, ‘현지화(Localization) vs. 글로벌 스케일’이라는 양축을 절묘하게 조합한 전략이 돋보인다. 캐리어는 특유의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지 중소·중견 자동화 전문기업을 품어 유럽 규제·표준·문화에 신속히 적응하려는 모습이다.

거대한 유럽 그린 리모델링 시장을 선점하려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맞춤식 서비스·유지보수·데이터 분석 역량이 필수적

이라는 함의를 시사한다.

향후 관심을 모을 부분은 1) Blaich의 기술·인력을 오토메이티드 로직 플랫폼과 얼마나 빠르게 통합할 수 있을지, 2) 추가 M&A 또는 파트너십을 통해 프랑스·이탈리아·북유럽 등으로 확장할지, 3) 캐리어 주가와 실적에 미칠 재무적 효과다.

캐리어 측은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독일 자동화 통합업체의 평균 EV/매출배수 1.5~2배 수준으로 추정한다. 만약 이 범위 안에서 거래가 성사됐다면, 상대적으로 손쉬운 ‘볼트온(Bolt-on)’ 형태의 딜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독일 Blaich Automation 인수는 캐리어·오토메이티드 로직이 유럽 친환경·디지털 빌딩 솔루션 시장에서 한층 공격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객·투자자 모두에게 ‘스마트·지속가능한 빌딩’을 구현할 확실한 파트너십을 확인시켜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