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인텔 신용등급 ‘BBB+→BBB’로 하향 — 수요 부진·경쟁 심화 우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5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Intel Corp.)의 장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 끌어내렸다. 등급은 기존 ‘BBB+’에서 ‘BBB’로 낮아졌으며, 등급 전망(Rating Outlook)‘부정적(Negative)’으로 유지됐다. 이는 투자등급에서 정크본드(투기등급)로 전락하기까지 불과 두 단계만을 남겨둔 수준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피치는 “예상보다 더 가파른 수요 둔화가 인텔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출 부진으로 인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레버리지가 이미 약화됐으며, 향후 12~24개월 안에 시장 회복·신제품 흥행·순부채 축소가 동시에 이뤄져야 현 등급이 유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또

“인텔의 파운드리(Foundry) 전략은 장기적으로 신용도에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결실을 보기까지 높은 실행 위험(high execution risk)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란 외부 고객사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사업모델로, 대규모 설비 투자·공정 기술·고객 확보가 필수다. 경쟁사인 TSMC, 삼성전자 등이 이미 점유율을 확고히 한 가운데, 인텔이 신규 고객을 빠르게 유치하지 못하면 투자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 재무 지표·유동성 평가는 ‘양호’…그러나 구조적 한계 뚜렷

피치는 인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노력 등을 ‘견조(solid)’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분기 발표된 대규모 비핵심 자산 매각이 단기 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연간 3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프로그램이 수익성 반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피치는 “유동성이 충분하더라도, 매출 회복 없이는 레버리지 지표가 정상화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매출 정체가 이어질 경우 차입 구조 개선이 지체돼, 현 신용등급조차 방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경쟁 심화와 ‘AI 결핍 전략’

피치는 보고서에서 인텔이 엔비디아(Nvidia), AMD, TSMC 등 경쟁사 대비 인공지능(AI) 시장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가속기·데이터센터 GPU 분야에서 인텔의 로드맵이 불명확하며, 이는 미래 성장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경쟁

신용평가사는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견실하고, 시장 점유율 변동성도 작다”며 “인텔은 기술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쟁열위가 심화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 ‘BBB’ 등급 의미와 투자자 영향

국제 신용등급 체계에서 ‘BBB’는 투자 적격 등급의 최하위권에 위치한다. 한 단계만 더 강등되면 ‘BBB-’가 되며, 이후 ‘BB+’로 내려가면 투기등급(정크) 취급을 받는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채 금리는 오르고, 차입 비용이 증가해 순이익·현금흐름 모두 압박을 받는다.

또한 일부 기관투자가는 ‘BBB 미만’ 채권 편입을 제한하고 있어, 추가 하락 시 패시브 자금 이탈도 우려된다. 이는 주가 변동성 확대, 전환사채 발행 비용 증가 등 자본시장 전반에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 등급 하향 ‘도미노’…S&P·무디스도 잇단 경고

피치의 이번 결정에 앞서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2024년 12월 인텔을 ‘BBB+→BBB’로 강등했다. 무디스(Moody’s)는 그보다 앞선 2024년 8월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내렸다. 주요 3대 평가사 모두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 내 상향 조정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 전문가 시각 — ‘회복엔 시간·실행력이 관건’

뉴욕 소재 헤지펀드 매니저 A씨는 “인텔이 선단공정(advanced node) 개발 지연과 공급망 리스크를 동시에 겪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이 자리 잡기 전까지 적어도 2년은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컨설팅 업체 세마포어(sema4)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던 GPU·AI 가속기 제품이 연말 안에 가시화된다면, 등급 방어는 가능하다”면서도 “그렇지 못하면 ‘BBB-’ 추가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텔이 2026년 완공 예정인 오하이오주 신공장과 유럽공장 인센티브 협상을 통해 정부 보조금·세제 혜택을 확보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재무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주가·채권시장 반응

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진 5일 장중 인텔 주가는 전일 대비 2.4% 하락했으나,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1.7배 급증하며 투자자 경계심을 반영했다. 회사채 5년물 스프레드도 10bp(베이시스포인트) 가량 확대됐다. 이는 시장이 추가 신용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용어 설명

1EBITDA 레버리지란 순차입금(net debt)을 EBITDA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부채를 얼마나 쉽게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파운드리는 설계(IP)를 보유한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 회로도를 받아 대규모 반도체 제조설비에서 위탁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3정크본드는 투기등급(신용등급 BB+ 이하) 채권을 일컫는 용어로, 높은 수익률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내포한다.

※ 이 기사는 원문 내용을 한글로 충실히 번역·재구성하고,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최소한의 해설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