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04달러(-1.54%) 내린 배럴당 66.75달러에, 9월물 RBOB(휘발유) 선물은 0.0164달러(-0.77%) 떨어진 갤런당 2.115달러에 각각 마감했다.*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미국산 원유를 대표하는 벤치마크, RBOB는 미국 휘발유 선물의 표준 계약을 뜻한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증산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 가능성이 부각돼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였다. 장중 낙폭은 더 컸으나, 달러 약세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인도 관세 경고가 추가 하락을 제한했다.
OPEC+는 현지시간 3일 정례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bpd)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 가까이 유지돼 온 감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철회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bpd 생산을 복원한다는 중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OPEC+는 “수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필요할 경우 증산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은 잉여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100만bpd씩 증가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1.5% 상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bpd 감소한 2,831만bpd로 집계돼, 일각에서는 기존 감산 기조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락장을 일부 되돌린 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카드다. 그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면 미국이 인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상당히(substantially)’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7월 28일 그는 “러시아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우크라이나와 휴전하지 않으면, 러시아 에너지(원유·가스)를 구매하는 모든 국가에 ‘세 자릿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는 메모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급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에서 추가 차단하고, 제3국에서 재정제(refined)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인도 국영·러시아 로스네프트 합작 대형 정유공장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와 함께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러시아 유조선 105척이 추가 제재를 받아, 제재 대상 선박은 총 400척을 넘어섰다.
저유가·고재고 우려와 반대 지표
해운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전 세계 원유량은 8월 1주차 기준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단기적으로 유가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에서는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6% 부족, △휘발유 재고 0.7% 부족, △디젤 등 중간유 재고 15.2% 부족으로 나타났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1,331만4,000bpd로, 2024년 12월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에 근접했다.
미국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발표한 8월 1주차 가동 중인 유정 시추기(oil rig)는 전주보다 5기 감소한 410기로, 3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에서 2년 반 사이 35% 넘게 줄어든 셈이다.
용어 및 배경 설명
- OPEC+ :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참여하는 연합체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40% 이상을 좌우한다.
- RBOB :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규제에 맞춰 블렌딩되는 휘발유 선물의 대표 계약이다.
- SWIFT : 전 세계 200여개국 은행 간 국제 결제를 지원하는 메시징 네트워크를 말한다.
전망과 분석
시장 참가자들은 OPEC+의 증산 속도와 미·러·인도 등 지정학 변수가 맞물려 연말까지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재고 축적 속도가 가팔라지면 WTI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고관세나 EU 추가 제재가 현실화되면 공급 쇼크로 80달러 선을 재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투자자들은 △OPEC+ 9월 증산 실제 이행 여부, △8월말 잭슨홀 연준 심포지엄 이후 달러 흐름, △11월 미국 대선 레토릭과 대(對)러시아 정책 변동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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