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전기차(EV) 선도기업 테슬라(Tesla)의 브랜드 충성도가 2024년 중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직후 관측된 현상으로, 테슬라가 수년간 유지해 온 ‘충성도 최강’ 타이틀에 균열이 생긴 배경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차량 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6월까지만 해도 테슬라 차량을 보유한 미국 가구의 73%가 새 차를 살 때 다시 테슬라를 선택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2025년 3월에는 49.9%까지 떨어졌다. 이는 자동차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란 같은 브랜드 차량을 반복 구매하는 비율을 뜻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고객 확보 비용보다 유지 비용이 더 낮다는 점에서 핵심 경영 지표로 다룬다. S&P 분석가 톰 리비(Tom Libby)는 “독보적 1위 브랜드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업계 평균으로 추락한 사례는 전례가 없다
”고 평가했다.
정치적 발언과 제품 라인업의 이중 부담
머스크는 2024년 11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발생한 암살 시도 이후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으며, 2025년 1월에는 ‘행정 효율성 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설립을 추진해 수천 명의 연방공무원을 해고했다. 환경친화적 가치를 중시해 온 테슬라의 진보 성향 고객층이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로 해석된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분석가 세스 골드스타인(Seth Goldstein)은 “민주당 성향 소비자라면 이제 다른 EV 브랜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제품 경쟁력도 부담이다. 테슬라가 2020년 이후 출시한 유일한 신차 사이버트럭(Cybertruck)은 머스크가 ‘연간 수십만 대 판매’를 예견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하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 BMW 등 전통 완성차 업체는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으로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 바이바브 타네자(Vaibhav Taneja)는 2025년 4월 실적 발표에서 “브랜드와 직원에 대한 파손 행위(vandalism)와 불필요한 적대감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면서도, 모델 Y 생산 라인 개조에 따른 수주일 차질 역시 실적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머스크는 같은 자리에서 “거시경제적 변수가 없다면 수요 감소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2025년 1~5월 미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국가·지역별 판매 추락과 ‘브랜드 손상’ 우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반발이 거세다. S&P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유럽 판매량은 33% 급감했다. CFRA리서치의 애널리스트 개릿 넬슨(Garrett Nelson)은 “중국 및 전통 완성차 업체의 공세가 심화되는 와중에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겹쳐 최악의 타이밍
”이라며, “시장점유율 하락과 브랜드 손상 회복이 최대 과제”라고 진단했다.
S&P는 미국 50개 주 차량 등록 데이터를 가구 단위로 추적해 브랜드 이동 흐름을 파악한다. 2021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테슬라 보유 가구의 60% 이상이 재구매를 택했고, 같은 기간 60%대 충성도를 기록한 브랜드는 포드(Ford)가 유일했다.
고객 유입·이탈 현황
2020년 7월까지 테슬라는 새로 유입되는 가구가 이탈 가구 대비 약 5배에 달했다. 동기간 제네시스(Genesis)는 2.8배, 기아·현대는 각각 1.5배, 1.4배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 7월 이후 테슬라의 순유입 비율은 급락, 2025년 2월부터는 ‘1대 2’ 이하로 떨어졌다. 리비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순이동(Net Migration) 지표가 사상 최저”라고 분석했다.
현재 테슬라 고객을 더 많이 빼앗아 가는 브랜드는 리비안, 폴스타, 포르쉐, 캐딜락 등이다. 이는 고급 전기차 내신흥 브랜드가 머스크의 정치적 리스크를 기회로 삼고 있음을 방증한다.
머스크 보상 패키지와 장기 전략
한편 테슬라는 8월 4일 머스크에게 9,600만 주(약 290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델라웨어 법원이 ‘주주에 불공정했다’며 무효화한 기존 보상안을 대체하기 위한 조치다. 자크스(Zack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Brian Mulberry)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머스크가 추진 중인 로보택시 상용화 및 자율주행 기술 라이선스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차량 판매 수익성에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제한적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팬과 인플루언서를 상대로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일반 대중 대상 상용화 일정은 미정이다.
전문가 관점: 충성도 회복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브랜드 충성도 회복을 위해 정치적 논란 최소화와 합리적 가격의 신규 모델 출시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머스크가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사이, 중·저가 EV 시장은 경쟁사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 개인 브랜드와 테슬라 기업 브랜드를 분리할 거버넌스 체계가 시급하다
”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브랜드 가치 손상은 소비자만이 아니라 투자자 심리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 주가는 2024년 이후 S&P500 수익률을 하회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 감소를 넘어 미래 현금흐름 전망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정리
① 브랜드 충성도: 동일 브랜드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경향성을 의미, 재구매율로 측정된다.
② 풀 셀프 드라이빙(FSD):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주행 전 과정을 수행하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가리킨다.
③ 로보택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운전사 없이 운행하는 택시 서비스.
결론적으로, 테슬라는 정치·사회적 리스크가 고객 행동에 직접 투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 미국·유럽 경쟁 심화 속에서 브랜드 충성도 회복이 지체될 경우, 머스크의 장기 청사진인 로보택시·자율주행 생태계 구축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향후 출시가 예고된 ‘보급형 모델 2(가칭)’와 정치적 중립적 행보가 테슬라 재도약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