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ㆍ데이터 분석가)
들어가며 — ‘숫자를 흔드는 권력’이 시장을 흔든다
2025년 8월 첫째 주, 미국 워싱턴에서는 연준(Fed) 이사 사임과 노동통계국(BLS) 국장 해임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지표가 “조작됐다”며 BLS 국장을 전격 경질했고, 연준 인선에도 “금리 인하 동의 여부”를 사실상 충성 서약으로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일개 인사(人事)다. 그러나 ‘데이터의 정치화’가 가져올 장기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통계·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달러 기축체제와 글로벌 위험자산 가격에 내재된 신뢰 프리미엄(risk-free premium)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①통계 독립성 훼손의 구조적 의미, ②신뢰 프리미엄 붕괴 시나리오, ③연준 거버넌스·달러·채권·주식·실물경제로 번질 파급경로, ④투자·정책 대응 전략을 10년 타임프레임으로 조망한다.
1. ‘숫자의 인프라’가 흔들릴 때—경제 시스템적 리스크 구조
1-1) 통계·중앙은행 독립성 3단 피라미드
- 1단 : 데이터 생산 — BLS·Census·BEA 등 실사 통계기관
- 2단 : 분석·예측 — CBO·OMB·IB·연구기관·민간 애널리스트
- 3단 : 정책·자본 배분 — 연준·재무부·의회·글로벌 투자자
1단이 오염되면 2·3단이 동시에 왜곡된다. 이는 단순 한 기관 해임 문제가 아닌 네트워크형 시스템 리스크다.
1-2) 신뢰 프리미엄의 형성·붕괴 메커니즘
과거 40년 : 데이터 투명성 → 투자자 신뢰 → 달러 글로벌 벤치마크 → 저(低)위험 수급 우위 → 미국 자본시장 저비용 조달 → 경기·혁신 선순환.
향후 10년, 정치화 시나리오 : 데이터 불신 → 예측 에러 확대 → 변동성·리스크 프리미엄 상향 → 달러·국채 수요 위축 → 자본조달 비용 상승 → 성장률 저하·재정악화 → 통계 예산 축소 → 악순환.
2. 누가, 왜 ‘숫자 전쟁’을 시작했는가
2-1) 정치 경제학 관점
① 정책 효과 조급증 — 단기 성과 부각을 위한 통계 재편 압력 ② 재정·통화 확장 논리 확보 — 숫자 왜곡으로 금리 인하·재정 지출 정당화 ③ 국제 협상 카드 — 무역·환율 분쟁에서 자국 통계 근거로 ‘피해 주장’ 활용.
2-2) 트럼프 시대 데이터 개입 타임라인
연도 | 이벤트 | 시장 반응(주요지표) |
---|---|---|
2024.10 | CPI 산식 변경 검토 지시 | 5y-5y BEI +11bp |
2025.01 | 실업률 산정 방식 조사 착수 | 달러인덱스 –0.8% |
2025.08 | BLS 국장 해임·연준 보직 공석 | VIX 18→25 급등 |
3. 파급 경로 심층 분석
3-1) 국채·달러 시장
① Term Premium 상승 : 데이터 불확실성 → 연준·재무부 가이던스 신뢰 하락 → 장기금리 30~50bp 구조적 가산 가능.
② 달러 기축부담 : 통계 신뢰가 제도·사법 독립성과 묶여 평가 → 달러 DXY 지수 5년간 –5~–8% 하향 베이스라인.
3-2) 연준 정책 함수 교란
- 불완전 데이터 → 정책 지연(Error Type Ⅱ) 우려 ↑
- ‘델타헤지’ 식 신속행동 → 과도한 변동성(Error Type Ⅰ) ↑
- 결과적으로 중립금리(r*) 추정 Band ±50bp 확대.
3-3) 주식 Risk-Premium 구조
과거 20년 S&P500 ERP(주식위험프리미엄) 평균 450bp. 데이터 정치화 지속 시 추가 50~70bp 상향이 필요하다는 분석. 이는 같은 EPS 전망에서도 PER multiple 2~3포인트 축소를 의미한다. 장기 밸류에이션 Reflexivity(자기강화)로 주가 정점이 낮아지는 구조적 압력.
3-4) 실물 경제 — 투자·소비·임금
- 기업 CAPEX 결정이 ‘거짓 신호’ 리스크 반영 → 무형자산 투자 지연 → 총요소생산성 둔화.
- 소비자 기대지수는 정부 통계에 부분 의존 → 불확실성 ↑ → 담보대출·내구재 소비 위축.
- 노동시장 데이터 혼선 → 임금협상·연봉 가이드라인 왜곡 → 비용-가격 스프링보드 변동성 ↑.
4. 10년 전망 시나리오
구분 | 데이터 독립성 전개 | 거시·시장 결과(2035년) |
---|---|---|
A 시나리오(40%) 제도 균열 지속 |
통계·연준 인선 반복 정치화, 신뢰도 지속 하락 | 美 10y 3.5→5.0%, 달러 DXY –10%, S&P ERP +80bp, GDP 잠재 1.5% |
B 시나리오(45%) 부분 회복 |
대법원·의회 견제, 독립성 상당 부분 복원 | 美 10y 3.5→4.2%, DXY –3%, ERP +30bp, GDP 잠재 1.8% |
C 시나리오(15%) 제도 재정비 |
초당적 개혁법안, BLS·Fed 거버넌스 법정화 | 美 10y 3.5→3.2%, DXY +2%, ERP –20bp, GDP 잠재 2.1% |
5. 투자·정책 대응 프레임워크
5-1) 투자자 전략 체크리스트
- 금리 베타 헤지 — 5y Treasury Futures·SOFR Swaption 사용.
- 달러 Diversifier — 金·비달러 우량통화(CHF · SGD)·글로벌 배당주 편입.
- 데이터 퀄리티 프리미엄 — 민간 High-Frequency Data(근로시간·전력사용) 활용.
- ESG-G(거버넌스) 스코어 비중 확대 — 정책 리스크에 내성 높은 기업 선별.
5-2) 정책 권고
- 의회 : BLS·Census 등에 장기 예산 캡(tax expenditure cap) 예외 부여, 정치 개입 페널티 법제화.
- 연준 : 데이터 신뢰 하락 Model Risk 시뮬레이션 공개, 정책 함수 투명성 강화.
- SEC · CFTC : 경제통계 불신 리스크 공시 의무 가이드라인 마련.
결론 — ‘숫자의 공화국’이 무너지면 시장도 공화국도 없다
GDP·고용·물가와 같은 거시지표는 경제의 공용 언어다. 언어가 오염되면 판단과 의사소통, 궁극적으로는 신뢰가 붕괴된다. 미국이 지난 70년간 세계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성장률뿐 아니라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제도에 기반한 숫자의 신뢰였다.
지금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일은 통계·연준 독립성에 균열을 내고, 이는 곧바로 국채 이자 부담, 달러 가치, 기업 밸류에이션으로 전가될 것이다. 숨어 있던 구조적 리스크는 통계 ‘노이즈’가 증폭될수록 현실화 속도가 빨라진다.
향후 10년,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① 데이터 품질을 교차검증하고, ② 정책·포트폴리오 모델에 불확실성 범위를 넓혀 잡으며, ③ 제도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법·사법적 장치를 확립하는 것이다. 숫자의 독립성을 잃는 순간, 성장과 혁신·복지 논의는 모두 모래성 위에 쌓인 환상이 된다.
지금은 ‘숫자를 지키는’ 것이 곧 경제를 지키는 일이다.
© 2025 이중석.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