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로이터] 일본 최대 자산 규모를 보유한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가메자와 히로노리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10월 중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BoJ가 지난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0.5%로 동결하면서도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한 데 따른 발언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가메자와 CEO는 7월 31일 오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10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 내용은 MUFG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공개될 수 있도록 엠바고(보도시점 제한)가 걸려 있었다.
그에 따르면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는 가운데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꾸준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BoJ가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물 지표를 앞서가는 상황에서 선제적 조정”에 나설 명분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BoJ는 현재 장단기 금리조정(yield curve control·YCC) 정책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5%로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매파(통화긴축)적 전환 시기를 둘러싼 관측이 확대되고 있다.
MUFG의 포트폴리오 조정
MUFG는 BoJ의 잠재적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일본국채(JGB) 보유 비중을 재조정하고 있다. 가메자와 CEO는 “현재 포지션을 크게 조정할 필요는 없지만, 신규 매수 시점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가 매수에 다시 나설지가 관건이며, 당분간은 추가 매수를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M U F G의 공식 시나리오는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부담 등 대외 하방 압력이 지속되는 만큼 BoJ가 2026년 3월쯤까지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메자와 CEO는 “15% 수준의 관세가 국내총생산(GDP)을 약 0.5%p 낮출 수 있지만 이는 일본 경제 회복세를 좌초시킬 정도는 아니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 용어 풀이
• JGB(Japanese Government Bond):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로, 일본 금융시장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된다.
• YCC(Yield Curve Control): 중앙은행이 단·장기 금리를 특정 목표 범위에 묶어두는 정책. 일본은행은 2016년 9월 도입했다.
• Negative Watch: 신용평가사가 국가·기업의 등급 강등 가능성을 의미하는 ‘부정적 관찰’ 단계에 올려놓는 조치다.
국내 물가 동향과 통화정책
가메자와 CEO는 “7월에 가격이 오른 식품 품목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다섯 배 늘었다”면서 “체감 물가상승률이 실제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료품·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완만히 오르며 소비자와 기업의 “가격 전가(Pass-Through)”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일본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배경으로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 지지율 급등에 따른 소비세율 인하 기대가 커진 점을 꼽았다. 하지만 “이 요인은 이미 채권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신용평가사가 일본을 부정적 관찰(negative watch)에 올리더라도 단기적으로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정책·시장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BoJ가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0.25%p) 인상할 경우, 엔화 강세와 함께 10년 만기 JGB 금리가 0.75% 안팎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저금리·마이너스금리 시대에 적응해온 일본 금융권은 순이자마진 확대라는 기회를 맞이하는 한편, 보유 채권평가손 확대라는 위험에도 직면하게 된다.
기자 해설 – 추가 통찰
MUFG 수장 발언이 BoJ 정책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국내 최대 상업은행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와 수입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수년간 억눌려 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BoJ가 2007년 이후 본격적인 긴축으로 선회할 경우, 10년 넘게 유지돼온 초저금리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특히 주택·부동산 시장과 레버리지 기업은 차입 비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반면 은행·보험 등 금융주는 금리 상승 수혜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섹터별 수익률 차별화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을 적극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비세 인하 대신 재정지출 확대 카드를 선택할 경우, 국채 발행 증가와 금리 압력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종합적으로, MUFG CEO의 발언은 BoJ의 ‘완만한 정상화’ 시나리오를 지지하지만, 글로벌 무역환경과 국내 정치 일정 등 복합 변수를 고려할 때 정책결정 시기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시장은 10월 BoJ 회의 전까지 핵심 물가 지표, 임금 협상 결과, 글로벌 금리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단기 채권 듀레이션 축소 및 엔화 포지션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