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법원, 데빈 뉴네스의 NBC유니버설 상대 명예훼손 소송 기각

미국 연방 법원이 데빈 뉴네스(Devin Nunes) 전 하원의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기각했다. 뉴네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and Technology Group·TMTG)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캘리포니아 공화당 출신 전직 의원이다. 그는 MSNBC 간판 프로그램 ‘더 레이철 매도 쇼(The Rachel Maddow Show)’에서 자신이 러시아 요원과 접촉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있었다며 모회사 NBC유니버설(NBCUniversal)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케빈 캐슬(Kevin Castel) 판사는 24쪽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합리적인 배심이라도 피고 측이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문제의 발언은 2021년 3월 방송분이었다. 진행자 레이철 매도(Rachel Maddow)는 친러파(親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안드리 데르카치(Andrii Derkach)가 뉴네스 앞으로 보낸 소포 이야기를 전하며,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러시아 요원에게서 물건을 받았다면, 당연히 연방수사국(FBI)에 제출해야 하지만 뉴네스는 이를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뉴네스는 이 소포를 사실상 ‘즉시’ FBI에 전달했다며, 매도의 발언이 허위라고 주장해 왔다.

‘실질적 악의’는 미국 언론사 명예훼손 소송에서 명확히 규정된 기준이다. 공직자 또는 공적 인물이 원고일 경우, 피고 언론사가 발언 당시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거나 혹은 허위일 가능성을 고의로 무시하고 발언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기준은 1964년 연방대법원 판례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New York Times v. Sullivan)’에서 확립됐다.

캐슬 판사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가 2020년 7월 FBI가 해당 소포를 이미 확보했다는 기사를 냈으나, 매도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사는 또한 “피고 측이 정치적 편향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이 곧 진실에 대한 고의적 무시로 연결된다는 명확하고 확신할 만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는 2020년 9월 1 데르카치를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지원하려 한 혐의로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어 2022년 12월,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그를 자금세탁 및 제재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그는 현재까지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소송 사건번호는 Nunes v. NBCUniversal Media Inc., 사건번호 22-01633으로, 뉴욕남부지방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뉴네스와 TMTG 측은 5일 기준(현지시각)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NBC유니버설 법률팀도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미국 언론의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가 다시 한번 확인된 사례로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계 인사들이 제기해 온 일련의 명예훼손 소송이 잇따라 기각되는 현상은, 공적 인물이 언론사를 상대로 승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률·미디어 연구기관들은 TMTG가 내년 예정된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CEO의 반복적인 소송 패소가 기업 이미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의 핵심 고객층이 트럼프 지지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이 실질적인 사용자 이탈이나 수익 감소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언론 자유와 허위 정보 확산 사이의 균형점을 두고 연방대법원의 명예훼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연방 지방법원에서조차 ‘실질적 악의’ 입증이 좌절될 경우, 기준 완화 논의가 쉽게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자금세탁 등 국가안보 위협 행위를 이유로 외국 개인·단체를 제재 목록(SDN List)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