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조절 합의…미국 전력망 급등 수요 완화 노린다

구글(Google)이 미국 내 전력망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인디애나미시간파워(Indiana Michigan Power)와 테네시밸리당국(Tennessee Valley Authority·TVA) 두 전력회사와 수요 반응(demand-response) 협정을 체결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정으로 구글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을 전력사 요청 시 일시적으로 줄여 전력망에 여유 용량을 제공하게 된다.

데이터센터 이미지

미국 내 전력회사들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역별 공급 능력을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가정·소상공인을 포함한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 급등과 정전(blackout)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I 붐이 촉발한 전력난
AI 모델 학습(머신러닝)과 운영에는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할 GPU, TPU 등의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해당 장비는 서버실 냉각까지 포함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역시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클라우드·검색·유튜브 서비스뿐 아니라 차세대 생성형 AI 모델까지 운영해야 하는 만큼,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번 협정은 대규모 부하(load)가 빠르게 전력망에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신규 송전선·발전소 건설 필요성을 줄이며, 전력망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 구글 공식 블로그

‘수요 반응’ 프로그램이란?
수요 반응(demand-response)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산업체·대형 소비자가 사용량을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그 대가로 요금 할인을 받거나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다. 기존에는 제철·제련 같은 중공업이나 암호화폐 채굴 업체 등이 주로 참여해 왔다. AI 데이터센터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미국 전력 산업에서 비교적 새로운 흐름으로 평가된다.

특히 머신러닝 워크로드는 작업 재배치·스케줄링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어, 전력사 요청이 오면 배치 작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낮은 우선순위로 전환해 전력 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사 입장에서는 전력 비용을 절감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도 긍정적 이미지를 얻는 부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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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의 상업적 조건은 ‘비공개’
현재 양측이 합의한 세부 요율·인센티브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수요 반응 참여 기업은 전력요금 할인 또는 현금 지급 형태의 보상을 받는다. 구글 관계자는 “세부 조항은 계약 비밀에 해당한다”고만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연간 약 97TWh로, 국가 총 소비전력의 2% 안팎을 차지한다. 업계는 AI 수요가 2030년까지 이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가 관점
인프라 확장 지연 → 클라우드·AI 성장 둔화 위험 : 전력망 증설이 서비스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AI 스타트업뿐 아니라 빅테크 매출 성장도 제약받을 수 있다.
수요 반응 확산 → 전력 거래 시장 변동성 확대 :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부하를 줄였다가 다시 올리면 전력가격 스파이크(단기 급등)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결합 필요 : 장기적으로는 태양광·풍력과 배터리 저장을 통해 야간·피크 시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배터리 저장장치 이미지

향후 전망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각국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반응’이 임시방편일 뿐 근본 처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력망 현대화·신재생 투자·높은 효율의 냉각 기술 도입이 병행되지 않는 한, 데이터센터 전성시대는 필연적으로 ‘전력 딜레마’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편, 구글 외에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각 지역 전력사와 유사한 협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확산되면 AI 생태계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용어 정리
수요 반응(Demand-Response) : 전력 수요가 정점을 찍을 때 소비자가 일시적으로 사용량을 줄여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제도.
머신러닝 워크로드 : AI 모델 학습·추론 등 컴퓨팅 자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작업을 말함. 배치(batch) 작업 형태가 많아 중단·재개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