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Tesla)가 고객 충성도 면에서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가 로이터통신(Reuters)과 단독 공유한 데이터를 통해 드러난 결과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24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이후, 테슬라 보유 가구가 다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확률(충성도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테슬라의 브랜드 파워와 직접 연동되는 핵심 지표로, 업계·투자자·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데이터 세부 내용에 따르면, 테슬라의 충성도율은 2024년 6월 73%로 정점을 찍은 뒤, 머스크가 “정부 효율성부(Government Efficiency Department)” 신설을 추진하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여파가 겹치면서 2025년 3월 49.9%까지 급락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업계 평균 충성도율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으로, 테슬라가 장기간 유지해 온 “독보적 록인(Lock-in) 효과”가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애널리스트 톰 리비(Tom Libby)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 이렇게 가파른 하락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평가대로, 테슬라 충성도율은 2025년 5월 57.4%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과거 고점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정치적 변수가 테슬라 충성도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로이터는 “머스크의 정치 참여가 친환경 성향을 중시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소외시켰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애널리스트 세스 골드스타인(Seth Goldstein)은 “민주당 성향 소비자라면 다른 브랜드를 고려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라인업 노후화·경쟁 격화 역시 부담 요인이다. 2020년 이후 출시된 신규 모델은 사이버트럭(Cybertruck)이 유일한데, 혁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시장 반응이 냉담했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2025년 1~5월 8% 감소했으며, 유럽 시장에서는 상반기 33% 급락했다.
‘고객 유입(Customer Inflow)’ 지표 악화도 눈에 띈다. 과거 테슬라는 한 명의 고객을 잃으면 거의 다섯 명을 새로 확보했으나 현재는 두 명 미만 확보에 그치고 있다. 브랜드 확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 시각에서는 엇갈린 견해가 존재한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Zacks Investment Management)의 브라이언 멀버리(Brian Mulberry)는 “테슬라의 장기 가치는 로보택시(robotaxi) 및 자율주행 기술 라이선스에 있다”며 “더는 자동차를 직접 판매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고: 로보택시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무인 택시 서비스를 의미한다. 차량 판매 대신 소프트웨어 구독료·서비스 이용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테슬라뿐 아니라 구글 웨이모(Waymo), GM 크루즈(Cruise) 등 글로벌 테크·완성차 기업이 경쟁 중이다.
분석 및 전망
첫째,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가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가 소비자 결정을 좌우한다는 방증이다. 충성도율 20%포인트 하락은 단순 심리적 지표가 아니라, 향후 보조금·정책 수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모델 노후화는 테슬라가 마주한 공급 측 리스크다. 전통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디자인·가격·서비스 전반의 혁신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서비스 전환 전략(로보택시, FSD 라이선스)이 실현되려면 규제와 인프라 허들이 남아 있다. 테슬라가 하드웨어 판매 기반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기반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때 충성 고객이었던 조기 구매자들을 유지할 로드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결론적으로, 테슬라는 여전히 기술·브랜드 측면에서 유의미한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지만, 정치·제품·경쟁이라는 삼중(三重) 압박을 해소하지 못하면 충성도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단기 판매 지표와 더불어 자율주행 플랫폼 수익화 지표를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