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론 머스크에 9,600만 주 제한주식 보상안 승인…프리마켓서 주가 2.4% 상승

테슬라(Tesla Inc.)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게 9,600만 주 규모의 제한주식(restricted stock) 보상안을 승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테슬라 주가는 5일(현지시간) 프리마켓 거래에서 2.4%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끌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전일(8월 3일) ‘2025 CEO 임시 보상(Interim Award)’이라는 명칭의 주식 보상 패키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만 머스크 본인과 그의 동생 킴벌 머스크 이사는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표결에서 제외됐다.

이번 보상안은

"테슬라의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측면에서 머스크 CEO의 공헌도를 인정하기 위한 것"

이라는 이사회 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마련됐다. 특별위원회는 이사회 의장 로빈 덴홀름과 인사·보상 전문가로 알려진 캐슬린 윌슨-톰프슨 이사로 구성됐다.

발행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독점금지법 가운데 하나인 하트-스콧-로디노(Hart-Scott-Rodino) 반독점 개선법에 따른 대기 기간이 만료되거나 종료된 뒤에야 실제 주식이 머스크에게 이전된다. 동 법은 대규모 기업 결합이나 지분 이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규정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의 심사를 받기 전까지 거래를 완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번 보상안을 ‘성과 조건부 제한주식’으로 회계 처리할 계획이다. 회사는 주식이 실제로 베스팅(vesting) — 즉, 머스크가 수령할 권리를 최종적으로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될 때에만 보상 비용(비현금성 비용)을 인식한다. *베스팅은 회사가 제시한 일정·목표가 충족돼야 주식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회사는 가정상의 예시도 제공했다. 만약 모든 규제 승인 절차가 2025년 8월 1일에 완료됐다고 가정할 경우, 당시 종가 기준으로 산정한 회계상 공정가치는 약 2,370억 달러(약 313조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머스크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의 절대 규모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테슬라 경영진은 당분간 해당 성과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보상 비용을 ‘0’으로 인식할 예정이며, 조건 충족 여부를 분기마다 재평가하기로 했다. 향후 조건 충족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때부터 ‘catch-up expense’로 불리는 누적 비용을 한번에 반영해야 한다.


■ 제한주식·성과 조건부 보상의 의미

제한주식은 특정 서비스 기간 혹은 성과 목표가 만족돼야만 소유권이 확정되는 주식을 뜻한다. 일반 주식 보상과 달리, 미충족 시 수령자가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진에게 장기 인센티브를 제공함과 동시에 회사 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번 안건에서 ‘성과 조건’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테슬라는 대체로 시가총액·매출·영업이익 등 재무 지표와 오토파일럿·배터리 혁신과 같은 기술적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보상 구조를 설계해 왔다.


■ 머스크의 과거 보상 구조와 비교

머스크는 이미 2018년에 총 12개 트랜치(구간)로 설계된 초대형 스톡옵션 패키지를 부여받은 바 있다. 해당 보상은 테슬라 시가총액이 6,5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야심 찬 목표를 포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상당수가 베스팅된 상태다. 이번 2025년 임시 보상은 추가 인센티브로, 2018년 패키지와 별개로 작동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머스크가 이미 막대한 지분과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추가 주식 보상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테슬라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로봇공학·에너지저장 등 미래 사업에서 머스크 리더십을 중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 시장 반응

보상안 발표 직후 뉴욕 프리마켓에서 테슬라 주가는 2.4% 상승해 5거래일 만에 반등세를 시현했다. 미국 프리마켓은 정규장 개장 전 전자거래(ECN)로 체결되는 가격으로, 정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는 장기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성과 조건 충족 가능성이 불확실한 만큼 실제 희석 효과(dilution)는 제한적”이라며 주가 상승폭을 과도 평가했다.


■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지분 희석 문제 — 9,600만 주가 전량 발행될 경우 지분 희석률은 약 3% 내외로 추정된다. 테슬라가 이미 높은 주식 유통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장기 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EPS(주당순이익)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성과 조건의 현실성 — 테슬라가 인공지능 트레이닝 컴퓨터 ‘도조(Dojo)’, 차세대 배터리 ‘4680 셀’, 그리고 풀 셀프드라이빙(Full Self-Driving) 상용화를 가속화한다면 성과 조건 충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규제 승인 일정 — 하트-스콧-로디노법 대기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에 따라 실제 보상 발행 시점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30일이 기본이지만, FTC·DOJ 추가 조사가 개시되면 최대 수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경쟁사 대비 인재 확보 전략 — 구글 웨이모, 애플, 중국 바이두 등 자율주행 경쟁사들도 천문학적 수준의 인센티브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추세다. 테슬라 역시 머스크 리더십 고착화를 통해 기술 인력을 묶어두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주주총회 반응 —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과도한 경영진 보상에 부정적 시각을 표명해 왔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추가적인 질의·반대 표결이 나올지 주목된다.


결국 이번 9,600만 주 제한주식 패키지는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라는 ‘핵심 인물’에게 초대형 당근을 제시하며 미래 전략에 배수진을 쳤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의미를 던진다. 다만 성과 조건의 난이도, 규제 변수, 주주들의 감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실제 베스팅까지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향후 분기별 실적 발표와 함께 성과 조건 충족 여부가 어떻게 평가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