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전해지는 긴장 완화 촉구 소식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핵 관련 수사(rhetoric)에 각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핵잠수함은 이미 상시 작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정 배치 이동은 지속적·순환적 과정의 일부”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세계인이 과도한 긴장을 느끼는 만큼, 모든 관계자들이 언어 선택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핵 긴장 고조 아니다” 강조
이어 그는 “이번 발언을 핵 긴장의 실질적 고조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페스코프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자연히 대중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이를 군사적 단계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지금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국면에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 드미트리 페스코프, 2025년 8월 4일
페스코프는 또한 트럼프의 조치가 전직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제시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크렘린이 메드베데프에게 공개적으로 자제령을 내렸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고 했다. 그는 “각국 지도부 내부에는 강경파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핵심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식 외교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문 용어 설명: ‘핵 수사(Nuclear Rhetoric)’
‘핵 수사’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이를 외교·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발언을 뜻한다. 실제 군사 행동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관련 발언만으로도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냉전 시기부터 이어져 온 억제(deterrence) 전략의 심리전 일환으로, 언론 보도 하나가 원자력발전 관련주나 방산·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의 지시, 무엇이 달라졌나
①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연설에서 “핵잠수함 두 척을 당장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② 그는 전날 메드베데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러 핵보유국 간 전면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즉각적 신호’를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 좌표·함명·진입 시각 등 작전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 해군 전략잠수함(SSBN)은 바다 속 이동 사령부로 불리며, 평균 24발 이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다. 은밀성이 핵심 자산이어서, 배치 사실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경고’ 효과가 즉각 발생한다.
러시아 내부 견해 차이와 권력 구조
페스코프는 “각 국 지도부마다 매우 강경한 시각을 가진 인물이 존재한다”면서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외 정책 수립 권한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으며, 이는 푸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실제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메드베데프의 온라인 글을 ‘개인 의견’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전직 국가원수가 공공 플랫폼에서 핵 전쟁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서방 외교가에서 ‘수위가 높은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과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
분석가들은 이번 발언전이 당장 유가·금·안전자산에 단기 변동성을 부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체계적 위험에 민감한 글로벌 채권·ETF 섹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크렘린이 “에스컬레이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만큼, 외교 채널이 유지되는 한 장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러 간 핵 태세 관리는 냉전 이후 수십 년간 형성된 ‘핫라인’과 조약 체계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한다. 지난 몇 년간 주요 통제 협정이 만료되거나 중단됐으나, 완전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메드베데프가 추가 언급을 자제할지 여부가 중장기 위험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초기 지표’가 될 수 있다. 둘째, 미국 국방부가 실제 잠수함 이동 사실을 언론 브리핑이나 위성사진 공개로 확인할 경우, 크렘린의 반응이 재차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셋째, 2026년 2월 만료 예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연장 협상이 재개될지도 관심이다.
결론적으로, 크렘린은 ‘언행 불일치’를 경계하며 ‘핵 수사 절제’를 주문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위험 관리 기조와 궤를 같이하지만, 미·러 간 전략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동시에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