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영국 뮤지컬 광고, 영국 경제 현실 조롱하며 논란 확산

[머리말]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2분 분량의 뮤지컬 형식 광고 ‘Everything is Fine’을 공개하며 영국 경제 현실을 풍자해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달궜다. 광고는 파업, 실업, 물가 급등에 시달리는 영국의 모습을 노래와 함께 묘사하며 첫 장면에서부터 천장에서 새는 물을 보여준다.

2025년 8월 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공개 직후 링크드인과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광고 속 두 인물은 “우린 탈출한다”며 두바이로 떠난다고 노래한다. 이는 암호화폐 친화적 규제를 내세운 중동 허브로의 인재·자본 유출을 암시한다.

“절대적 명곡이다(An absolute banger)”라고 벤처캐피털리스트 마이클 잭슨은 링크드인에 평하며 “특히 런던이 수십 년간 쇠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슬프다”고 밝혔다.

잭슨은 영국의 관료주의가 과도해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정책은 부실 설계, 정치인은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Tigon Advisory 창업자 헬렌 유는 “규제 장벽이 메신저 전략을 결정하던 때가 생각난다”며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규제가 덜 엄격한 곳에 안착한다”고 말했다.

반면 광고가 영국을 과장되게 회색빛으로 묘사하며 자사 홍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광고는 “우린 아무 걱정 없어, 불평할 이유도 없지”라는 가사와 함께 쥐와 쓰레기가 넘친 거리, 혼란스러운 도로 공사, 슈퍼마켓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여준다. 생선가스(fish fingers) 한 상자 가격을 100파운드로 표시해 영국의 체감 물가를 풍자하지만 실제 해당 제품은 대형마트 테스코 기준 약 3파운드다.

Coinbase UK Boss Interview

코인베이스는 “모든 것이 괜찮다면 아무 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이 다수 영국인에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개혁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세계를 위한 개방형 금융 시스템 구축이 미션”이라 밝혔다.


광고를 둘러싼 엇갈린 여론

레딧 ‘AskBrits’ 게시판에는 “인플레이션과 침체된 임금, 무너지는 사회 인프라의 해답이 암호화폐란 말인가”라는 냉소적 댓글이 달렸다. 일부는 광고를 “유치하고 오만하다”고 평가하며, 정작 코인베이스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전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광고는 노동당 정부에 대한 직설적 비판으로도 읽힌다. 평론가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부진한 성장, 부채 증가, 흔들리는 투자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과거 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기업은 서방 정부가 암호화폐 수용과 정책 현대화에 소극적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CNBC는 추가 논평을 위해 영국 정부와 코인베이스에 접촉했다.

주말 동안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Reform UK) 대표는 X(옛 트위터)에 “코인베이스조차 영국이 고장났다고 말한다”고 적었다. 보수당 소속 전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영국은 첫 번째 암호화폐 물결을 놓쳤다. 두 번째는 놓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반등했지만 영란은행(BoE)은 향후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8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에서 4%로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이 2025년 1.3%, 2026년 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Coinbase Illustration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X에서 “광고가 거대한 반응을 일으켰다”며 “이것은 특정 정당 비난이 아니라 전통 금융 시스템이 다수에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그는 유사한 광고를 미국에서도 집행했으며, 영국 TV 네트워크가 이전 광고 방영을 금지했다고 주장했으나 CNBC는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코인베이스는 2021년 영국 광고심의기관(ASA)으로부터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광고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받은 전력이 있다.

암스트롱은 “검열 시도는 메시지가 확산되는 데 오히려 도움 될 뿐”이라고 말했다.

4월 코인베이스 영국법인 대표 키스 그로즈는 CNBC 인터뷰에서 “영국이 스마트 규제를 마련하지 못하면 미국·아시아 핀테크 허브에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인베이스 (나스닥: COIN) 주가는 7월 31일 2분기 매출이 월가 추정치를 하회하면서 하락했다. 2분기 구독·서비스 매출 증가가 낮은 거래량을 상쇄하지 못했다. 6월 30일 종료 분기 순이익은 14억3,000만 달러(주당 5.14달러)로 전년 동기 3,613만 달러(주당 0.14달러) 대비 급증했다.


용어·배경 설명

Fish Fingers는 빵가루를 입힌 흰살 생선 스틱으로, 영국 가정식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냉동식품이다. 광고 속 100파운드 가격표는 과장된 표현으로 실제 테스코 등 대형마트에서는 약 3파운드에 판매된다.

“Axe to grind”는 특정 사안에 대해 불평이나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영어 관용구다. 기사에서는 코인베이스가 서방 규제당국에 불만이 있음을 묘사한다.


기자 해설 — 본 광고는 단순한 기업 PR을 넘어 영국 금융·규제 환경과 거시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겨냥한다. 암호화폐 산업은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공백으로 비판받지만, 코인베이스는 ‘기존 시스템의 대안’이라는 서사를 통해 정치·사회적 담론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핀테크가 공공정책 논쟁에 참여하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영국의 규제 방향과 비즈니스 유출 여부에 따라 실제 영향력이 가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