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집중 진단] 영란은행(Bank of England, BoE)이 8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25%에서 4%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추가 한 차례 인하가 단행돼 연말 기준금리가 3.75%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정책위원들 사이에서는 근원 물가 압력의 진정 속도와 노동시장 둔화 정도에 대한 해석이 뚜렷하게 갈린다. 일부 위원은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만큼 선제적 완화를 주장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지금 긴장을 늦추면 중기적으로 2% 목표보다 낮은 수준까지 물가를 끌어내리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핵심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 로이터는 물가 경로·시장 기대·임금 흐름 등을 시각화한 그래픽을 제시했다. 다음은 각 항목별 주요 내용과 이를 둘러싼 정책적 함의를 정리한 것이다.
1. 세계적 맥락과 영국의 물가 흐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1%까지 치솟으며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20개국)이나 미국보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난방·전력 비중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특히 높은 영국 에너지 구조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결과다.
물가는 2023년에 급락하며 2024년 9월 1.7%로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다시 반등해 2025년 6월 3.6%로 올라섰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조만간 4% 선도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물가가 2% 바로 밑
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기대
영란은행은 기업·가계의 물가 기대를 향후 임금 협상과 가격 결정의 선행 지표로 간주한다. 씨티·유고브(Citi/YouGov)의 장기 기대지표는 2022년 말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고, 영란은행 자체 설문 또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응답자가 최근 체감 물가를 그대로 답변하는 경향”이라며, 해당 지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3. 국내 고착적 물가 압력
헤드라인 CPI는 2023년 큰 폭 하락했으나, 서비스 물가와 근원 CPI(변동성 큰 에너지·식품 제외)는 완만한 하락세에 그쳤다. 서비스 부문은 임금 비중이 높아, 노동비용 상승이 직접적 2차 물가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식음료 인플레이션이 최근 가파르게 반등해 저소득층 생활비 부담을 다시 키우고 있다. 이는 물가에 대한 여론 악화를 동반해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임금 성장: 고점 통과했으나 여전히 높다
사기업 정규임금 증가율은 5% 미만으로 둔화됐다. 2년 전 8% 넘게 뛰었던 것에 비하면 진정세지만, 팬데믹 이전 평균(3% 안팎)보다는 2%포인트 높다. 영란은행과 기업들은 향후 18개월 내 임금상승률이 3%대로 점차 안착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업률 상승·채용공고 감소가 임금 하락을 반드시 담보하지는 않는다. 최근 1년간 임금 둔화 경로가 울퉁불퉁했다
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예상하는 속도만큼 빨리 2% 물가와 정합되는 임금 수준으로 수렴할지는 불확실하다.
5. PMI가 가리키는 비용 압력
S&P 글로벌이 집계한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영국 기업들이 탄탄한 속도
로 판매가격을 인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22년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비스·제조업 모두 투입비용이 지난 1년간 빠르게 상승했다. 기업들이 이를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경우, 경로상의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6. 주요 경제 용어 해설
• 근원 CPI(core CPI): 음식·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거한 지표로, 장기적인 기조물가를 파악할 때 활용된다.
• 서비스 물가: 요식·교통·숙박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분야의 물가이며, 임금과 직결된다.
• PMI: 50
을 기준으로 경기를 진단하는 선행지표다. 기업이 느끼는 비용·수요·고용 흐름을 종합해 발표한다.
7. 기자 분석 및 전망
영란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장은 매파적 인하
—물가 재차 상승 시 즉각 중단 가능성을 동반한 신중한 스탠스—를 예상한다. 이는 내부적으로 물가 기대가 여전히 높은 점, 서비스·식품 부문의 고집적 압력이 잔존한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결국 향후 정책 경로는 ▸임금 조정 속도 ▸국제 에너지 가격 ▸가계·기업의 가격전가 행태에 좌우될 전망이다. BoE가 제시해 온 2027년 목표 복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추가 완화보다 장기적으로 타이트한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여전히 강하다.
시장금리 및 파운드화 방향성 역시 물가·성장 데이터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물가 발표 일정에 맞춰 포트폴리오의 금리·통화 노출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로이터는 “정책위원회 내부의 의견 대립이 여전하지만, 성장 둔화와 물가 피크 위험 사이에서 절충적 조치로 25bp 인하가 채택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은행은 이번 결정과 동시에 분기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성장률·실업률·물가 경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시장은 그 점도와 기자회견에서 나타날 “추가 인하 가능성” 시사 정도를 면밀히 해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