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증시, 사상 최고치 행진…전문가들 “이제 막 시작된 강세장”

싱가포르 주식시장‘소형·배당형 시장’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랠리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하며 추가 상승 여력을 강조했다.

2025년 8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벤치마크 지수인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STI)가 이미 10% 가까이 올랐다. 이는 미국의 S&P500 지수나 아시아 지역 여러 지수들을 능가하는 수익률이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제도 개선, 배당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 지정학적 ‘안전 자산’ 매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STI는 4월 9일 저점 대비 23% 이상 상승했으며, LSEG 데이터 역시 이를 확인한다.

“우리는 강세장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라고 메이뱅크 리서치 총괄 틸란 위크라마싱헤는 말했다.


● 상승 동력 1: ‘안전 자산’ 위상과 배당
아버딘의 아시아 주식 담당 디렉터 신야오 응은 싱가포르 증시 급등의 근본 배경으로 강한 통화, 탄탄한 재정, 우수한 주주환원을 꼽았다. CLSA 연구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60%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호주(74%) 다음 두 번째로 높다.

● 상승 동력 2: 통화 강세
싱가포르 달러(SGD)는 올해 들어 미 달러화 대비 약 6% 절상됐다. 제프리스는 향후 5년 내 달러와의 패리티(1:1)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현지 통화 가치 상승은 달러 환산 수익률을 높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요소다.

환헤지 FX 효과 설명
해외 자금이 싱가포르 자산을 매수한 뒤 본국 통화로 환전할 때, 싱가포르 달러가 강세이면 동일한 주가 상승분이라도 달러 가치가 더 커진다. 이 환차익은 배당 수익과 더해져 총수익률을 끌어올린다.

● 상승 동력 3: 거시경제 안정
싱가포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해 1분기(4.1%)보다 개선됐다. 서비스업과 내수 회복이 성장을 견인했다.


섹터별 강세
초기 랠리는 통신·유틸리티 업종이 주도했다. 싱가포르텔레콤(Singtel) 주가는 올해 28% 상승했고, 유틸리티 기업 셈브코프 인더스트리즈유니언 가스 홀딩스는 각각 38%, 18% 올랐다. 메이뱅크 측은 기관 자금이 이제 리츠(REIT)·소비재 등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위크라마싱헤는

“지난 10~15년간 보지 못한 대규모 인프라·건설 붐이 진행 중이며,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에도 수혜가 갈 것”

이라고 전망한다. 싱가포르 건축건설청(BCA)은 2025년 공사 수주액을 350억~390억 싱가포르달러(전염병 이전 대비 최대 11.7% 증가)로 추정한다.

● 정책 지원: MAS의 EMDP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자본시장 활성화 프로그램(Equity Market Development Program)을 통해 50억 싱가포르달러중·소형주에 투입할 계획이다. 1차분 11억 달러는 이미 세 곳의 기관 운용사에 배정됐으며, 이들은 자본을 공동 투자하고 적극적 트레이딩 전략을 적용해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글로벌 증권사의 전망

J.P.모간은 금리 하락, SGD 강세, 자금 유입을 근거로 STI 목표치를 4,500pt(기본 시나리오), 5,000pt(강세 시나리오)로 상향했다. 5,000pt 달성 시 현재 수준 대비 20% 추가 상승을 의미한다.

Morgan Stanley 역시 “2025년은 싱가포르 증시의 전환점”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이 2030년까지 1.7배에서 2.3배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호주·대만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MSCI 싱가포르 지수가 5년 내 2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고음: ‘유동성 함정’ 리스크
씨티은행은 소위 ‘SMID(중소형주)’로 과도하게 자금이 몰릴 경우, 유동성 파티 종료 후 잔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AS 프로그램이 2025년까지 유동성을 추가 투입할 여지는 있으나, 저품질 종목 추격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모건스탠리도 관세 리스크, 미·중 경쟁, 홍콩·도쿄·아부다비 등 경쟁 금융허브와의 시장 점유율 싸움 등 구조적 위험을 언급했다.


용어 설명
리츠(REIT) : 부동산 투자신탁으로, 임대료 수익을 배당 형태로 지급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주주환원율 :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가는 총 현금 비율.
P/B(주가순자산비율) : 기업의 시가총액을 자산가치로 나눈 지표로, 1보다 높으면 시가가 장부가치를 상회한다는 뜻이다.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 지정학·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통화·자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국가나 자산을 지칭한다.


기자 시각 및 전망
싱가포르 증시는 ‘배당+통화+안전자산’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강화되는 보기 드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중·소형주 쏠림 현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변수는 여전히 잠재적 변동성을 내포한다. 국내 투자자라면 배당 지속 가능성, 통화 헤지 전략, 거래량·유동성을 면밀히 살피며 단계적 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AI·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싱가포르 경제 체질을 한층 강화해, 아세안 금융허브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