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부 장관, 미 관세 합의에도 수출기업 수익성 ‘15% 관세 충격’ 우려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고 자평했으나, 15%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미칠 파장이 여전히 큰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계 및 학계 관계자 간담회에서 “15% 관세는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특히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이익률을 현저히 압박할 수 있다”고

“미국 현지 기업과 비교해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관세율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일부 미국 내 강경론을 막아낸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번 합의가 결코 종착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석: 15% 관세는 일반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하에서 적용되는 0~2.5% 범위를 크게 넘어서며, 제조·부품 업종의 마진 구조를 직접적으로 흔드는 수준이다.


3500억 달러 규모 투자패키지도 화제였다. 양국 정상 간 구두 합의에 따르면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7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는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1500억 달러미국 조선·해양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약서·세부 구조는 아직 문서화되지 않았다.

김 장관은 “투자 세부 방안과 펀드 구조가 확정돼야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면서 “미국 정부와 추가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재원 조달 방식·기술 협력 범위·세액공제 혜택 등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환경, ‘뉴 노멀’에 대한 전략 필요라는 점도 언급됐다. 김 장관은 “세계 무역 질서가 점차 자국중심주의(nationalism)로 재편되는 ‘뉴 노멀’에 직면한 만큼, 관세 합의와 무관하게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 다변화·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에 대비해 국내 기업이 미국·유럽·아세안 등 복수의 생산 거점을 갖추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관세(Tariff)란 무엇인가?
관세는 수입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국내 산업 보호·무역수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설정된다. 일반적으로 양자·다자 FTA를 체결하면 관세율을 낮추거나 철폐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전략산업 보호 흐름 속에 최근 정치·안보적 목적으로 재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투자패키지(Investment Package)의 구조
투자패키지는 정부·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 특정 산업·프로젝트에 자금을 집중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번 한·미 합의에서는 전략산업(반도체 등) 2000억 달러, 조선·해양 1500억 달러로 구분돼 있으나, 펀드 운용 주체·투자 기간·지분 구조는 미정이다.


산업부는 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와 합동으로 수출보증·환변동 보험피해 완화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전자부품·기계류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2~3%p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금융·세제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전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소비자 물가가 이미 높아, 추가 가격 전가에 한계가 있다”

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반면 일부는 “15% 관세가 일정 기간 적용된 뒤 무역협정 재협상 국면에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투자패키지를 통한 기술·시장 진입 기회가 있다면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투자 집행에 속도가 붙지 못하면 오히려 자금경색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첫째,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특히 전기전자·배터리—는 원가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 현지 공장 증설·조달 다변화가 관세 충격을 완화할 주요 해법으로 꼽힌다.

둘째, 3500억 달러 투자계획의 성패는 정책 일관성에 달렸다. 미국 대선·의회 구도 변화에 따라 관세·투자 조건이 바뀔 수 있어, 다자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 체결이 필요하다.

셋째, 국내 금융시장은 외환수급 흐름코스피 수출주 실적에 주목한다. 관세 인상→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구도가 형성되면 환차익이 일부 보완책이 될 수도 있으나, 원자재 수입단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있다.

넷째, 중소기업은 협상력 열위로 가격 인상분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구상 중인 무역금융 확대·관세 환급 기간 단축 등의 세부 정책이 관세 충격 완화의 ‘마지막 방패’가 될 것이란 평가다.


향후 일정

정부는 2025년 9월 말까지 미 상무부·국무부와 투자패키지 이행 전략을 논의하고, 10월 중순까지 세부 실행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업종별 영향 평가를 거쳐 2026회계연도 예산수출피해 지원·기술개발 R&D 세액공제를 반영한다는 목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기업·노동계·금융권 등 이해관계자와 원탁협의체를 운영, 정책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