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9월 추가 증산 결정 이후 국제유가 하락

OPEC+ 9월 증산 발표 직후 유가 하락세

oil pump

국제 유가가 아시아 시간 4일 새벽 거래에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9월에 하루 54만 7천 배럴(bpd)의 대규모 증산을 단행하기로 합의한 직후 나타난 반응이다.

2025년 8월 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0.62% 내린 배럴당 69.24달러,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0.58% 떨어진 66.94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두 벤치마크 모두 8월 1일(금) 장 마감에서 배럴당 약 2달러가량 급락한 뒤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OPEC+의 54만 7천 bpd 증산 결정

“정상적인 경제 성장세와 낮은 재고 수준이 석유 시장의 건전성을 뒷받침한다” — OPEC+ 공동성명

OPEC+는 3일(현지시간) 화상 회의를 통해 9월 생산 목표를 기존보다 하루 547,000배럴 늘리기로 만장일치 결의했다. 이는 세계 석유 수요의 약 2.4%에 해당하는 250만 배럴 규모의 누적 감산분을 조기 복원하는 조치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별도 할당분도 포함됐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발 공급 차질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OPEC+가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는 행보로 해석된다. 조직 전체가 전 세계 원유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OPEC+는 2023년부터 이어져 온 대규모 감산 기조를 올해 초 전격 철회하고 단계적 증산에 나섰다.


미·러 갈등과 인도 압박, 지정학 리스크 변수

이날 회의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UAE, 쿠웨이트, 이라크,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등 8개 회원국만 참석해 불과 30분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배경에는 미국의 인도 압박이라는 외교적 긴장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 테이블에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해 8월 8일까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전문매체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공동 설립자 암리타 센은 “배럴당 70달러 내외의 현재 가격은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OPEC+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면서 “컨탱고(선물 고가·현물 저가) 없이 백워데이션 구조가 유지되는 점 역시 재고가 빠듯함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기존 감산 복원 로드맵

oil chart

OPEC+ 8개국은 4월 13만 8천 bpd, 5~7월 각 41만 1천 bpd, 8월 54만 8천 bpd에 이어 9월 54만 7천 bpd를 추가로 늘린다. 2026년 말까지 유지될 200만 bpd 규모의 별도 감산 조치와 8개국 자발적 감산(165만 bpd)은 아직 유효하다. 두 명의 OPEC+ 소식통에 따르면, 9월 7일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조직은 165만 bpd의 자발적 감산 재도입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감산분을 시장 충격 없이 되돌린 것은 첫 시험을 통과한 셈이다. 그러나 남은 166만 배럴을 언제, 어떻게 해제할지가 더 어려운 숙제다.” — 호르헤 레온, 리스타드 에너지 부사장·전 OPEC 관료


브렌트유·WTI란 무엇인가?

국내 독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브렌트유(Brent)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전 세계 원유 가격을 대표하는 벤치마크이다. 브렌트유는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며, 유럽·아프리카·중동산 원유 거래의 기준이 된다.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산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며 북미 시장의 지표 역할을 한다. 둘 다 황함량이 낮아 정제 효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운송 비용과 공급망 차이로 가격이 달라진다.


중국 비축 수요가 흡수력 제공

UBS의 상품 전략가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중국의 전략적 원유 비축(stockpiling) 움직임 덕분에 시장이 추가 물량을 무난히 소화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시장의 눈은 이번 주 금요일로 예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시아 관련 최종 결정에 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관측통들은 미국의 대러 제재 수위, 중국·인도의 원유 수입 전략, 그리고 OPEC+ 내부 결속 정도가 하반기 유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OPEC+란?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Plus)는 13개 OPEC 회원국과 10개 비OPEC 산유국(러시아·카자흐스탄 등)이 연합한 협의체다. 2016년 말 결성된 이 그룹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0%를 통제하며, 감산·증산을 조율해 가격 안정과 시장 균형을 도모한다. 기존 OPEC의 사우디 주도 구조에 러시아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국제 정치·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향후 전망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배럴당 65~75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전망한다. 여름 운송 수요, 항공유 소비 회복, 정제 마진 개선이 상승 요인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미국 셰일 생산 회복은 하방 압력으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여부와 이란 핵협상 결과가 복합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OPEC+가 추가 감산 해제라는 고난도 퍼즐을 풀어야 하는 동시에, 회원국 간 인센티브 불일치와 지정학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종합하면, 이번 결정은 유가 급등을 억제하면서도 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는 OPEC+의 위험 관리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변동성이 커진 국제 정세 속에서 향후 정책 조율은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