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치는 단단한 증거’… 백악관, 부진한 고용지표 속 노동통계국 국장 전격 해임 해명에 진땀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 국장 에리카 맥앤타퍼(Erika McEntarfer) 박사를 전격 해임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케빈 해싯(Kevin Hassett)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고용지표의 대규모 수정치(revisions)가 해임을 뒷받침하는 ‘단단한 증거’”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2025년 8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싯 위원장은 NBC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이 정도 규모의 수정치는 본 적이 없다”면서 “누구라도 의문을 가질 만한 패턴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통계 조작(rigged)’을 입증할 구체적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Mohamed El-Erian 인터뷰 화면

◇ 수정치란 무엇인가
고용보고서의 ‘수정치’는 초기 추정치가 이후 기업·기관이 추가 데이터를 제출함에 따라 보정되는 절차를 의미한다. 통상 2개월간 두 차례 정정(1차·2차)이 이루어지며, 이는 데이터를 더 정밀하게 만드는 통계적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정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정치적 압박으로 통계 수장이 해임된 전례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다.

맥앤타퍼 박사 해임 관련 화면

◇ 해임 배경 및 논란
1일 발표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는 7만3,000개로 다우존스 전망치(10만 개)에 크게 못 미쳤다. 더 큰 충격은 5·6월 고용 증가분이 기존 발표보다 총 25만8,000개 하향 조정된 사실이다.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X)에서 “수치가 조작됐다”며 맥앤타퍼 박사를 해임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번 수정치는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특이치(historically important outlier)’”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를 통해 자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임 전 맥앤타퍼 박사에게 소명 기회를 줬는지 여부는 답변을 피했다.

◇ 신뢰 훼손 우려 — 전문가·정치권 반발

“근거 없는 해임은 통계기관의 사명(statistical mission)을 훼손한다.” — 윌리엄 비치 전 BLS 국장(트럼프 인사)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했던 비치 전 국장은 X(옛 트위터)에 “이번 조치는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도 “새 국장이 부정적 지표를 발표할 경우 ‘정치적 간섭’ 의혹이 따라붙을 것”이라 우려했다.

상원 민주당 지도부도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척 슈머(Chuck Schumer) 원내대표는 “쿠데타성 해임”이라 표현하며 “엉성한 관세 정책으로 초래된 경제 혼란을 통계청장 해임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 론 와이든(Ron Wyden)은 “트럼프 대통령은 ‘장부를 요리(cook the books)’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 데이터 생산 방식 재검토 목소리
일부 경제계 인사들은 해임의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기존 설문 기반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브라이언 모이니한(Bank of America CEO)은 CBS 인터뷰에서 “현재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실시간 전자결제·세금 자료 등 대체 데이터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화당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도 “통계를 제공하는 사람이 해고되면 정치화 논란만 커진다”며 독립적 자료 확보를 촉구했다.

◇ 기자 해설
고용지표는 연준의 통화정책·기업 투자·금융시장에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통계 신뢰도가 흔들릴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정부·연준 정책 신뢰도도 동시에 손상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수정치’라는 통계 절차적 특성을 정치 문제로 비화시킨 첫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신임 국장 인선 과정·9월 고용보고서 발표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1 BLS: 미 노동부 산하 통계기관으로 물가·고용·노동생산성 등 경제지표를 산출한다.
2 NEC: 백악관 경제정책 사령탑으로 대통령에게 경제 자문을 제공한다.
3 Revision: 초기 발표 후 추가 자료 반영으로 지표 수치를 정정·보완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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