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코프 주도 글로벌 철강 연합, 산지브 굽타의 와일라 제철소 인수전 선두

호주 블루스코프 스틸(BlueScope Steel)이 일본 닛폰스틸(Nippon Steel), 인도 JSW 스틸(JSW Steel), 한국 포스코(POSCO) 등 세계적 철강사들과 손잡고 산지브 굽타(Sanjeev Gupta) 회장의 와일라 제철소(Whyalla Steelworks)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 8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블루스코프가 결성한 이 ‘중량급 컨소시엄’총 시가총액 1,150억 호주달러(약 744억 달러)*1에 달하며, 남호주 주(州) 와일라 공장을 국내외 ‘저배출(低排出) 철’ 생산의 미래 허브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컨소시엄은 현 단계에서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예비 인수 의향서’만 제출했으며, 본입찰은 아직 내지 않았다.

“네 개 회사가 힘을 합쳐 ‘그린 스틸’ 시장 선점을 노린다”

라는 시장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와일라 제철소, 왜 매물로 나왔나

와일라 제철소는 2024년 2월, 운영 법인이 수천만 호주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관리 절차(Administration)에 들어갔다. 호주 연방 정부와 남호주 주 정부는 1억 9,000만 호주달러 규모의 합동 구제금융 패키지를 즉각 투입해 지역 일자리중요 산업 인프라를 지켜냈다.

정부는 2025년 6월 공식 매각 절차를 개시하며 “탄소중립 시대 ‘그린 스틸’에 발 빠르게 진입하려는 해외 기업들로부터 강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 스틸’이란 무엇인가

전통적 철강 제련은 석탄·코크스 기반 고로(高爐)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에 반해, 저배출·무배출 철강(일명 ‘그린 스틸’)수소환원제철(Hydrogen Direct Reduced Iron) 기술 과 재생에너지 전기로(EAF)를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세계 기후 규제 강화와 ESG 투자 확대로, 철강사들은 ‘탈(脫)탄소’ 전환을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특히 와일라 공장이 위치한 남호주는 풍력·태양광 비중이 높아, 재생전력을 직접 활용한 수소 생산에 유리하다. 현지 정부는 “와일라가 남반구 최초의 그린 아이언·그린 스틸 수출 기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컨소시엄 4개 사, 이해관계 분석

① 블루스코프는 호주 최대 철강사로, 자국 내 안정적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철광석 산지와 제조시설을 직접 통합할 필요가 있다. 와일라 인수는 자사 포트 켐블라(Port Kembla) 제철소의 친환경 전환과 시너지를 예고한다.

② 닛폰스틸은 2024년 미국 U.S.스틸(US Steel) 인수 추진으로 북미 진출 고삐를 죄는 가운데, 호주산 프리미엄 철광석 장기 확보 및 저탄소 공정 실증 모델 구축이라는 전략적 유인을 본다.

③ JSW 스틸은 인도 내 수요 급증을 감당하기 위해 해외 전진 기지를 탐색해 왔다. 호주 자원과 재생에너지 연계를 통한 ‘녹색 철 원료’ 수입선 다변화가 핵심 목표다.

④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의 일환으로 하이렉스(HyREX) 등 수소환원 기술을 개발 중이다. 와일라 프로젝트 참여는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오세아니아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는 기회로 평가된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블루스코프 컨소시엄이 예비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이므로, 매각 주간사실사(Due Diligence) 절차본입찰(제1·제2차 라운드) 일정을 조율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2025년 4분기 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본 거래가 성사되면, 굽타 일가가 2017년 인수해온 와일라 제철소는 8년 만에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굽타 회장의 GFG 얼라이언스(GFG Alliance)는 유럽·아시아·호주 곳곳에서 지속가능경영 논란과 자금난에 부딪혀 왔으며, 로이터의 추가 취재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국제 철강·원자재 시장 파급 효과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조강 생산량은 18억 2,000만 톤이며, 이 중 약 70%가 여전히 석탄 기반 고로에 의존한다.*2 따라서 와일라 프로젝트가 상업화된다면, ‘그린 스틸’ 전환 가속과 함께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철 스크랩 수요 급증·수소 가격 개선 등 연쇄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호주 달러화 가치에 민감한 철광석·석탄 선물시장정책·M&A 프리미엄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들의 탈탄소 설비 투자 시점과 맞물려, 호주와 동북아시아 간 ‘청정 철 원료’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 진단

맥쿼리 증권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블루스코프+닛폰+JSW+포스코’의 조합은 자금·기술·시장 3박자를 모두 갖췄다”면서, “와일라가 탄소중립 제철소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철강업계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3

또 다른 ESG 전문가는 “호주 정부의 재정 지원과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결합되면, 투자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다”면서도 “수소 생산·운송 비용 안정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읽을거리: 주요 용어 해설

• 관리 절차(Administration) : 호주 회사법상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기업을 외부 관리인이 대신 운영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제도다.

• Non-binding EOI :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비 의향서’로, 인수 관심을 표명하되 가격·조건은 추후 협상한다.

• 수소환원제철 :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할 때, 석탄 대신 그린 수소를 사용해 CO₂ 배출을 대폭 줄이는 공법이다.

• 그린 스틸 허브 : 광산·재생에너지·수소·제철소·항만·R&D가 집적된 친환경 철강 밸류체인 거점을 의미한다.


*1: 호주달러(AUD)↔미달러 환율 1달러=1.5466AUD 기준(기사 내 표기 방식 준용).
*2: Worldsteel ‘2024 Steel Statistical Yearbook’ 참조.
*3: 인용문은 로이터 기사에서 언급된 시장 반응을 근거로 재정리한 전문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