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 정부에 “과도한 경기 부양 자제” 경고

더블린—아일랜드 중앙은행(Central Bank of Ireland) 총재 가브리엘 마클루프(Gabriel Makhlouf)가 10월 예정된 국가 예산안을 앞두고 정부가 경제를 과도하게 부양(over-stimulation)할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2025년 8월 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마클루프 총재는 최근 The Business Post와의 인터뷰에서 “아일랜드 경제가 사실상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태에 있는 만큼, 현재 계획된 재정 지출은 필요 이상으로 경기를 자극하고 있다”라며 예산 초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2주 전 ‘여름 경제 성명(Summer Economic Statement)’을 통해 일상적 경상지출 증가폭을 6.4%로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8~9%대였던 증가율보다 낮지만, 마클루프 총재는 여전히 “잘못된 위치(wrong place)에 있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핵심 수치와 총재의 직설적 발언

마클루프 총재는 인터뷰에서 “

“완전고용 상황에서 우리가 경제에 추가 재정 자극(fiscal stimulus)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은 재고해야 한다”

라며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예산 초안에는 세제 감면·복지 지출 확대 등 총 94억 유로(약 13조8,000억 원) 규모의 패키지가 포함돼 있다. 다만 정부는 미국이 10%가 아닌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해당 패키지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서양을 건너온 관세 변수

예산 초안이 공개된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통상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대부분의 EU 수입품에 15% 관세가 부과된다고 발표됐다. 이 소식은 아일랜드 정부가 지출 계획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졌다.

마클루프 총재는 “

Summer Economic Statement가 최종 예산안이 아니길 바라며, 예산 확정 전까지 대외 무역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길 기대한다”

고 강조했다.


용어·배경 설명

① 완전고용(Full Employment) — 경제학에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낮아 근로 의사를 가진 인력이 사실상 모두 고용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경기 부양은 임금·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② Summer Economic Statement(여름 경제 성명) — 아일랜드 정부가 매년 여름 공개하는 예산 사전 가이드 문서로, 다음 회계연도 재정 정책의 방향과 재량지출 한도를 제시한다.

③ 재정 자극(Fiscal Stimulus) — 세금 감면·정부 지출 확대 등을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정책. 단, 성장 능력을 초과할 경우 인플레이션과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과 잠재적 파급 효과

국제 통화 정책 분석가들은 마클루프 총재의 발언이 “재정준칙(Fiscal Rule) 강화와 통화 긴축 기조 유지”라는 두 가지 신호를 시장에 던진다고 해석한다. 완전고용 하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상승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15% 관세는 아일랜드 수출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약·의료·IT 기업은 비용 부담 상승·주가 변동성 확대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출을 억제하지 않을 경우, 경상수지·재정수지가 동시에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클루프 총재는 유로존 전체가 긴축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 중인 만큼, 아일랜드도 통합적 시각에서 “지속가능(sustainable)한 재정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9월 말 의회 특별세션에서 정부가 세출 조정폭을 얼마나 축소할지, 2) 중앙은행이 하반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성장률·물가 전망치를 어떻게 수정할지, 3) EU·미국 간 관세 협상이 추가 변동성을 불러올지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 기업, 가계 모두 “재정 타이트닝 vs 경기 부양 연장” 사이의 줄다리기를 주목하고 있다. 총재의 경고가 정부 예산안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에 따라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유로화 환율·소매금리 등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10월 공식 예산안 발표까지 남은 두 달간, 아일랜드 정책당국은 ‘과감한 지출 확대’를 원하는 정치권과 ‘건전 재정’을 요구하는 중앙은행 사이에서 가장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