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 동향] 미국 자동차 가격이 광범위한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고율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품목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였으나, 실제로는 조용한 가격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25년 8월 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관세 노출도가 높은 다른 소비재들은 서서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자동차가 차지하는 가중치가 큰 재화 물가(commodity inflation) 지수는 예상보다 완만한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자동차 부문의 ‘가격 약세(softness)’가 물가 전체를 눌러주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재고·전략적 인내·가격 전가라는 세 단어가 핵심이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고객 메모에서 ① 높은 재고, ② 전략적 가격억제, ③ 경쟁 구도를 꼽으며 “자동차 가격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딜러들이 관세 시행 이전에 재고를 크게 쌓아두면서 가격 인상 압력이 일시적으로 둔화됐다.”
실제로 딜러들은 ‘선(先)재고·후(後)관세’ 전략을 택해 관세 충격을 흡수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elevated inventories, 즉 ‘고재고 완충효과’라고 명명했다.
“전략적 가격 억제(Strategic pricing restraint)도 작용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자사 마진을 희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이 전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채택했다고 지목했다. 일부 업체가 이미 소폭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반면, 한국계 완성차는 “9월 이후 가격 조정”을 검토하며 또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의 관세 환경을 경쟁 우위 확보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의 수익성이 약해지면, 결과적으로 점유율 확대의 여지가 생긴다.”
[국가별 관세 격차]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는 일본, 한국, 독일 등 주요 수출국 제품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고관세 대상 국가 업체들은 ‘가격 전가(cost pass-through)’ 과정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국가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흡수하면 수익성이 훼손된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가격 붙들기’ 국면이 장기화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가격이 다른 고관세 품목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재고 완충효과, 끝이 보인다
보고서는 “고재고 쿠션이 점차 얇아지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산업 데이터와 현장의 정성적(定性的) 증언이 모두 재고 감소와 공급 타이트닝을 가리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 이전에 쌓아둔 재고가 소진되면, 대체 발주분은 더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입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격 상승 속도는 완만할 수 있다. 보고서는 “수출업체들이 일부 비용을 계속 흡수하고,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 구도를 살펴가며 신중히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 전가는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용어 설명]
• 관세(Tariff)란 정부가 수입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
• 재고(Inventory)는 기업이 판매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완제품·부품·원재료 등을 의미한다.
• 가격 전가(Cost pass-through)는 기업이 생산비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을 뜻한다.
종합 전망
결국 자동차 업계는 단기적 완충 효과와 장기적 비용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국면에 들어섰다. 관세로 인한 부담이 잔류하는 한,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가격전략·시장점유율이 복합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현재 흐름이 영구적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2025년 말~2026년 초로 갈수록 관세 비용의 소비자 전가 비중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