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DCA) 주변에서 헬리콥터의 비행 경로를 추가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1월 29일, 아메리칸항공 지역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충돌해 67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마련된 후속 안전 조치다.
2025년 8월 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FAA 항공교통국의 닉 풀러(Nick Fuller) 국장은 전미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주최한 3일간의 조사 청문회에서 “DCA 인근 핵심 헬리콥터 항로를 재설계하고, 3월에는 비필수 헬기 운항을 영구 제한했으며, 6월에는 작전 구역을 추가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FAA와 NTSB의 갈등·우려
청문회에서 NTSB 조사관들은 일선 관제사와 FAA 고위층 간의 ‘단절’ 문제를 지적했다.
“현장 관제사가 반복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조직 차원의 실질적 개선 조치는 미흡했다”
는 것이다. 특히 과거 보고된 근접비행 사례(close call)에 대해 FAA가 선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또한 제니퍼 호멘디(Jennifer Homendy) NTSB 위원장은 “사고 당일 관제탑 주관제사가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경고 방송을 하지 않았고, 보조 관제사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FAA가 안전 경고를 등한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서 제출 지연 논란
NTSB 보고서에 따르면 NTSB는 당시 관제 인력 배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FAA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FAA는 ‘여러 차례 수정과 정정’을 거친 뒤에야 최종 자료를 제출했다. 호멘디 위원장은 이를 두고 “안전 리스크를 시사하는 모든 징후가 존재했지만 FAA는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FAA의 향후 계획
닉 풀러 국장은 “현장 의견을 수렴해 더욱 협업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헬리콥터 항로 변경이 단기 방안일 뿐 곧 장기 대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 차원의 압박
버지니아주 팀 케인(Tim Kaine) 상원의원은 충돌 사고 이전부터 “레이건 공항의 과도한 항공편 수요가 위험을 키웠다”고 경고해 왔다. 케인 의원은 “의회가 지난해 DCA에 일일 5편의 항공편을 추가 배정한 결정이 혼잡을 심화시켰다”며, 초과 운항 편수를 재조정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및 용어 설명
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는 미국 내 항공 안전·관제·공항 인프라를 관할하는 연방 기관이다. NTSB(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는 항공·철도·해양 등 교통 사고를 독립적으로 조사해 안전 권고를 제시하는 기관이다. 두 기관 모두 미국 항공 안전 체계의 핵심 축이나, 안전 정책 우선순위와 조직 운영 방식에서 충돌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① 사고 이전 다수의 근접비행 경고 ② 관제 인력 부족과 업무 과부하 ③ 헬리콥터와 고정익 항공기의 혼재 운항이다. FAA는 이미 헬기 운항 제한 조치를 발표했으나, 항로 자체의 설계 변경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항공 전문가는 “DCA 인근 공역은 백악관·의사당 등 제한 구역이 밀집해 헬리콥터가 비좁은 회피 경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작은 변수에도 충돌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향후 전망
FAA가 파편화된 헬리콥터 항로를 전면 재설계하려면 국토안보부·군(Army)·지역 소방·경찰 등 다수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 불가피하다. 또한 NTSB는 ‘신속한 자료 제출’과 ‘시스템 차원의 안전 문화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양 기관 간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헬기 운항을 단순히 제한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위성항법 기반의 분리 항로 또는 도심형 UAM(Urban Air Mobility) 인프라와의 연동 설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청문회가 30시간 넘게 이어지며 드러난 문제점은 ‘사람’보다는 ‘시스템’의 허점에 가깝다. 결국 관제 인력 확충과 첨단 자동 경고 체계 도입이 병행돼야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