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용 둔화·관세 충격에 글로벌 증시 급락…‘현실 점검’의 날

[트레이딩 데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복합 요인 해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활동하는 로이터 칼럼니스트 제이미 맥기버는 이번 주 내내 무역 관세, 기업 실적, 경제 지표, 통화정책 등 굵직한 변수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가장 강력한 폭발력은 주간 마지막 날 공개된 7월 미국 고용보고서와 추가 관세 조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고용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9개 교역 상대국에 대해 최대 41%에 달하는 새 관세를 일주일 뒤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는 급격히 매도세로 돌아섰다. 동시에 달러화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1% 넘게 급락했으며, 미 2년물 국채금리는 26bp 빠지며 사실상 ‘순식간에 0.25%포인트 금리 인하’ 효과를 연출했다.

■ 주요 지표 한눈에 보기
• 달러지수(DXY) -1%…올해 4월 이후 최대 하락
• 달러/엔 -2.2%…2023년 1월 이후 최대 낙폭
• S&P500 -1.6%…5월 이후 최대 하락, 나스닥 -2.2%
• 미 2년물 국채금리 -26bp
•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3%
• 코멕스 구리 선물 주간 -24%…1988년 상장 이래 최악

‘현실 점검(Reality Check)’이라는 표현 그대로, 월가가 이번 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배경이 실상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 하루였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틀 전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던 발언과 달리,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크게 줄었다. 다만 평균 임금과 근로시간은 상승했고 실업률은 4.2%로 사실상 ‘완전고용’ 범주에 머물러 있어, 단순 실업률 기준으로 연준이 즉각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그럼에도 연방기금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거의 기정사실”이라며, 연말까지 총 60bp 완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이는 ‘금리 동결’ 시그널을 유지해온 파월 의장의 발언과 괴리를 키우는 대목이다.

■ 트럼프발 관세 쇼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이번 관세 인상으로 미국의 실효 평균 관세율은 20% 수준으로 높아지게 되며, 이는 2024년 말 대비 약 10배에 달한다.

“쌍방간 무역협정으로 일부 관세가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기술주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정장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전격 해임한다고 밝혔고,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8월 8일부로 사임하고 학계로 복귀하겠다고 발표했다. 쿠글러 이사의 후임 인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저금리 지향’ 성향을 공유하는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흔들리는 글로벌 제조업
아시아 지역 공장 가동률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악화되는 반면, 미국 제조업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침체 직전의 횡보’ 수준으로 안정화 조짐을 보이지만 여전히 위축 국면이다. 반면 서비스업과 인공지능(AI) 관련 지표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기술주 급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에게 불안 심리를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 유동성 얇아지는 8월
유럽·북미 지역의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에는 거래량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이미 변동성지수(VIX)가 4월 이후 처음으로 20선을 넘어선 만큼, 다음 주 역시 요동치는 장세가 예상된다.

차트로 보는 ‘관세발 물가 압력’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어니 테데스키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내 내구재 가격은 1.7% 올랐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1987년 이후 가장 큰 6개월 상승 폭이다. 이는 ‘관세=소비자 물가 상승’이라는 고전적 경로를 재확인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 다음 주 일정
• 5일(월) 미국 6월 내구재 수주
• 글로벌 주요 기업 실적 발표

※ 용어 설명
VIX 지수는 S&P500 옵션시장에서 파생된 ‘공포 지수’로 불리며, 20 이상이면 변동성 확대 구간으로 해석된다. 연방기금선물(FF Futures)은 투자자들이 연준 정책금리의 향후 방향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금리 전망의 지표로 활용된다. PCE 내구재 가격은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내구성 소비재 물가를 나타내며,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잣대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고용 둔화와 관세 인상이 결합된 ‘복합 쇼크’는 거시경제 여건이 생각만큼 견조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투자자는 시야를 넓혀 통화정책·무역정책·지정학적 변수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