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2019년 발생한 테슬라 오토파일럿(Autopilot) 교통사고와 관련해 회사 책임을 인정하고 총 3억2,900만 달러(한화 약 4,34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2025년 8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결은 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 1억2,900만 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2억 달러로 구성된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약 3억4,500만 달러를 요구했으나, 배심원단은 이보다 소폭 낮은 금액을 책정했다.
이번 소송은 플로리다 남부지방법원(Southern District of Florida)에서 7월 14일 개시됐다. 쟁점은 2019년 3월 키라르고(Key Largo)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S 추돌 사고의 책임 소재였다. 운전자 조지 맥기(George McGee)는 차량에 기본 탑재된 ‘강화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 기능을 활성화한 채 주행 중 휴대전화를 떨어뜨렸고, 이를 줍는 과정에서 시선이 도로에서 이탈했다.
맥기는 재판 과정에서 “장애물이 있으면 오토파일럿이 자동으로 제동할 것이라 믿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차량은 시속 약 60마일(약 96km)로 사거리를 통과하며 주차된 승용차와 그 옆에 서 있던 차주 2명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22세였던 나이벨 베나비데스(Naibel Benavides)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시신은 충돌 지점에서 약 75피트(23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동승자였던 딜런 앙굴로(Dillon Angulo)는 다발성 골절과 외상성 뇌손상,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입고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고속도로 전용임을 알면서도 지역·도로 제한을 걸지 않았고, 일론 머스크는 ‘사람보다 더 안전하다’고 세계에 홍보해왔다.” — 브렛 슈라이버(Brett Schreiber), 원고 측 변호인
슈라이버 변호인은 이번 평결 직후 이메일 성명을 통해 “테슬라의 잘못된 마케팅이 일반 도로를 시험 주행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베나비데스와 앙굴로 같은 평범한 시민이 실험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토파일럿·강화 오토파일럿이란?
오토파일럿(Autopilot)은 테슬라가 2014년부터 판매하는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다. 차선 유지, 전방 차량 추종, 자동 제동 등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강화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은 이 기능에 자동 차선 변경,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고속도로의 진·출입 램프 자동 주행) 등을 추가한 상위 옵션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레벨2 시스템에 대해 “항상 운전자가 즉시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단순 실수·과실을 넘어, 기업이 중대한 위험을 인식하고도 방치했을 때 부과된다. 미국 법원은 기업 행태를 교정(corporate deterrence)하기 위한 목적에서 높은 배수의 배상액을 책정하기도 한다. 이번 평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전체의 60%를 차지한 점은 테슬라의 ‘고의적 무시(willful disregard)’에 대한 사회적 경고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와 투자자 행사에서 “완전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와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가 테슬라의 미래 성장축”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평결은 자율주행 안전성 및 법적 책임 문제가 향후 사업 전개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테슬라는 배심원단의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는 그간 유사 사고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를 강조하며 자사 시스템의 안전성을 방어해왔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가 2억 달러로 확정되면, 테슬라는 항소(appeal)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법조계 및 업계 영향
이번 평결은 완전·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을 판매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선례가 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강화, 기능 제한(geo-fencing) 의무화, 소비자 고지 방식 개선 등이 단기적 규제 시나리오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은행들은 자율주행 테마 ETF·지수 편입 종목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높은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는 기업 ‘배상 리스크 카피털 비용’을 재평가하게 만들 수 있어, 테슬라 외 동종 기업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원문(CNBC, 2025.08.01)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모든 금액은 명시되지 않는 한 달러(USD)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