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미 경제지표 부진에 국제유가 급락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 선물(티커: CLU25)은 이날 -1.83달러(-2.64%) 하락했고, 9월 RBOB 가솔린 선물(티커: RBU25)은 -0.0646달러(-2.97%) 떨어졌다.

2025년 8월 1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원유와 가솔린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방침과 7월 미국 고용 및 제조업 지표 부진에 대한 우려로 급격히 하락했다. S&P 500 지수가 2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가 커졌고, 이는 에너지 수요 전망을 추가로 약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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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7월 31일 늦은 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소 10% 관세를, 미국에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는 15% 이상의 관세를 8월 7일 0시 이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초강경 관세”가 글로벌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를 짓누를 가능성을 우려하며 매도세로 반응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도 부진했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NFP)은 7만3천 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10만4천 명)를 밑돌았고, 6월 고용도 종전 14만7천 명 증가에서 1만4천 명 증가로 대폭 하향 수정됐다. 또한 7월 ISM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한 48.0을 기록해 9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위축세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공급 측 요인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8일 러시아가 10일 안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JPMorgan 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OPEC의 가동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장은 공급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신규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번 패키지에는 20개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제한, 로스네프트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공장 블랙리스트 등 조치가 포함됐다.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 유조선 105척이 추가로 제재 명단에 오르면서, 제재 대상 선박 수는 400척을 넘어섰다.

OPEC+는 7월 10일 “10월부터 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9월에 54만8천 배럴(bpd) 증산을 마친 뒤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PEC+는 8월 4일(일) 회의를 열어 9월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추가 증산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미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하기로 결정해 시장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 회원국을 압박하기 위해 “비슷한 규모의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6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36만 배럴 늘어난 하루 2,810만 배럴로 1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가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해 쿠르드 자치정부(KRG) 지역 원유 수출을 재개할 준비를 마치면서 추가 공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쿠르드 측은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이다.

해상 비축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25일로 끝난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7월 30일 발표한 주간 통계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 평균치 대비 5.6%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0.7% 낮았다. 중질유·경유 등 증류유 재고는 5년 평균보다 15.2% 적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0.3% 증가한 하루 1,331만4천 배럴로,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스가 7월 25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7월 22일로 끝난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리그) 수가 전주 대비 7기 감소한 415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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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및 배경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전 세계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RBOB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맞춰 산소 혼합 전 단계의 가솔린 선물을 가리킨다. ISM 제조업지수는 전미공급관리협회가 발표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비OPEC 산유국 협의체를 말하며,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0%를 통제한다. SWIFT는 국제 은행 간 결제 네트워크로, 제재 대상이 되면 국제 금융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운항 정보를 숨기거나 선적 원산지를 위장하는 유조선 집단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요 둔화 우려가 가격을 짓누르겠지만, 러시아 제재와 중동·러시아의 생산 변수 등이 겹칠 경우 공급 충격이 다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