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발(Reuters)—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행정명령은 유럽연합(EU)에 대한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를 15%로만 규정하고 있으며, 자동차를 포함해 기존에 면제·조정하기로 합의된 품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EU 관계자들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세부 지시가 아닌 ‘포괄적 틀’이라면서 “추가적인, 보다 상세한 행정명령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율·적용 품목 등의 구체적 내용이 추가 명령으로 확정될 때까지 EU는 상황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현재 EU의 자동차 및 부품 대(對)미 수출에는 총 27.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 가운데 25%p는 ‘섹션 232’(Section 232)에 근거해 부과되는 것으로, 미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미·EU 정상 회동에서 양측은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추는 프레임워크 딜에 합의했다.
EU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1차 명령에는 자동차 합의 내용이 빠져 있다”며 “일단 15% 상호주의 관세만 담는 ‘껍데기’ 단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제로-포-제로(zero-for-zero) 관세’—즉 상호 간 관세 전면 철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1일 발표된 행정명령에는 이러한 조항 또한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명령은 8월 7일 발효될 예정이어서, 그 전에 후속 지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배경 및 용어 설명
섹션 232(Section 232)는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부가 관세 인상 또는 수입 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철강·알루미늄, 2019년 자동차·부품 등에 이 조항을 적용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상호주의 관세’ 정책은 동등한 수준의 관세율을 상대국에도 똑같이 적용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맞물려 있다. 다만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현실과 다자간 무역 규범—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를 감안하면, 이 같은 일방적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행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 시각
무역 전문 변호사 A씨는 “자동차의 경우 이미 ‘프레임워크’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명령을 통해 이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럽·미국 모두 자동차 산업의 보호 이익이 워낙 큰 탓에 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EU정책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 행정명령이 중첩적으로 발효될 경우, EU는 WTO 제소, 보복관세 등 대응 카드를 준비할 것”이라며 향후 통상 분쟁 심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향후 일정 및 시장 영향
8월 7일 1차 행정명령 발효 이후, 미국 상무부·무역대표부(USTR)가 구체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이해당사자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항공기·기타 공산품 관세율, 적용 시점, 면제 기준 등이 확정될 전망이다.
관세 변동은 글로벌 자동차·항공 우량주의 밸류에이션과 유럽 제조업 경기, 나아가 미국 소비자 물가(CPI)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완성차·부품 업계는 공급망 다변화, 가격 전략 조정, 로비 활동 등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 관세’ 1차 행정명령은 EU와의 광범위한 관세 재협상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시장과 정책당국은 후속 명령의 내용, EU의 대응, WTO 규범과의 정합성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