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제약주 급락…뉴욕증시, 초반 상승분 모두 반납

뉴욕 3대 지수, 기록 경신 후 하락 전환

뉴욕증시가 31일(현지시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끝에 하락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37% 밀린 5,511.03포인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74% 떨어진 39,941.58포인트로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역시 -0.55% 내린 19,662.38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주요 지수는 장 초반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플랫폼스의 호실적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ARM 홀딩스 급락과 제약주 동반 약세가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며 하락 반전했다.

장중 변동성은 선물시장에서 먼저 드러났다. 9월물 E-mini S&P500 선물은 -0.43%, E-mini 나스닥 선물은 -0.60% 밀렸다. 이는 통상장 개장 전 ‘야간 거래’라 불리는 시간대의 투자자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악재 ① ARM 급락, 반도체주 동반 하락

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설계회사 ARM 홀딩스(ARM)는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0.29~0.37달러로 제시했는데, 컨센서스(0.35달러)의 중간값 이하로 나타나자 -13% 폭락했다. 이에 글로벌파운드리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3%~-5%가량 급락했다.

ARM이 차세대 인공지능(AI) 수요 둔화를 시사한 점이 시장 전체에 냉각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월가 곳곳에서 나왔다.


악재 ② 트럼프, 17개 제약사에 ‘가격 인하’ 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개 제약사에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5%), 머크(-4%), 엘리 릴리(-3%) 등이 줄줄이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호재와 혼재된 경제 지표

경제지표는 ‘강한 고용‧완고한 인플레이션‧둔화된 소비’라는 엇갈린 신호를 던졌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8천 건으로 예상치(22만4천 건)보다 적어 노동시장의 견조함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6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3%로 시장 예상치(+0.4%)를 밑돌았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6월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예상치(+2.7%)를 소폭 웃돌았다. 같은 달 고용비용지수(ECI)도 +0.9%로 예상치(+0.8%)를 상회, 임금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만에 최고치인 47.1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경기 확장·위축 기준선(50) 아래에 머물렀다.


통상 환경: 트럼프의 ‘15% 관세’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만·태국·캄보디아와도 추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 전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90일간 현행 관세 연장을 예고했다. 시장은 8월 1일 관세 발효 시한을 주시하고 있다.

연방기금선물(FF) 가격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42%로, 10월 회의에서 36%로 각각 반영했다.


기업 실적: ‘맵시’ 과시한 빅테크·인터넷, ‘극과 극’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마이크로소프트(MSFT)메타플랫폼스(META)가 호실적을 발표했다. 메타는 2분기 매출 475억3,000만 달러로 컨센서스(448억3,000만 달러)를 압도하며 주가가 +11% 급등했고, 자본지출 전망치도 660억~72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MSFT 역시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다우지수 상승 종목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치열한 하드웨어 경쟁에 직면한 퀄컴(QCOM)은 휴대전화 부문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아 -7% 하락했다. 얼라인 테크놀로지(ALGN)는 매출 미달 쇼크로 -36%, 박스터 인터내셔널(BAX)은 실적가이던스 하향으로 -22% 급락했다.


국채·해외 시장: 금리 하락, 유럽 물가 둔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365%로 0.6bp 내렸고,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도 2.695%로 1bp 하락했다. 월말 듀레이션 조정 수요와 영국 국채 랠리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독일 7월 CPI(조화기준)는 10개월 만에 최저치(+1.8% YoY)를 나타내 유럽 물가 둔화 신호를 강화했다.

유럽 Stoxx50지수는 -1.36%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18%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02% 상승, 아시아 증시 내 개별 호재가 부각됐다.


쉽게 이해하는 용어

E-mini 선물: S&P500·나스닥 등 주요 지수를 1/5 규모로 축소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야간 거래를 통해 정규장 외 가격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Core PCE: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지표로,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척도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는 고용·임금·물가가 동시에 끈질긴 모습을 유지해 연준을 쉽사리 비둘기파로 돌려세우지 않을 것”이라며, 8월 1일 관세 시한이 통화정책·기업실적과 맞물려 8월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빅테크와 반도체의 ‘극단적 주가 괴리’가 확대되고 있어, AI 투자 사이클에서 칩 설계·장비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 둔화 여부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