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준금리 동결 속 두 명의 이사 ‘고용시장 둔화’ 이유로 인하 주장

[워싱턴 = Reuters·Michael S. Derby]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내부에서 기준금리를 둘러싼 시각차가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났다. 7월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셸 보먼 부의장(은행 감독 담당)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금리 인하에 표를 던지며 소수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인사는 특히 고용시장 냉각 징후를 우려하며 ‘선제적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또 최근 확산되는 관세(타리프) 발 물가 상승일시적(one-off) 현상에 그칠 것이라 판단, 연준이 물가 목표(2%) 달성 경로를 훼손하지 않고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먼 부의장은 성명에서 “

올해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노동시장이 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현행 ‘다소 긴축적’ 수준의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중립 수준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는 경제 추가 둔화와 노동시장 훼손 위험에 대한 선제적 헤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도 별도 성명을 내고 “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했고 상방 위험은 제한적이므로, 노동시장이 실제로 악화되기를 기다렸다가 인하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며 “고용지표는 이미 ‘스톨 스피드(stall speed)’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관망(wait-and-see) 기조는 연준이 ‘뒤늦은 대응’(behind the curve)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회의에서 나머지 위원들은 연방기금금리 4.25%~4.50%를 유지하는 쪽에 표를 던졌다. 두 건의 반대 의견(dissent)은 1993년 말 이후 30여 년 만에 이사들이 다수 결정을 공식적으로 거스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회의 전 발언에서 월러 이사는 고용시장을, 보먼 부의장은 물가를 각각 중시하며 완화 필요성을 시사해 관측통들 사이에서 ‘반대 표’ 가능성이 점쳐졌다. 월러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단발성 쇼크”로 규정했고, 보먼 역시 “지속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금리 대폭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며 제롬 파월 의장을 비판해 왔다. 월러 이사가 “정치적 동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일각에선 그가 내년 5월 종료되는 파월 의장 임기 후계 구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한편 트럼프가 최근 보먼을 은행감독 담당 부의장으로 승진시킨 이력 역시 ‘정책 색깔’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의 결정에 대해 “FOMC 성명에 첨부된 ‘취업 지원서 두 장’ 같았다”고 평했다. 그는 “다만 해당 반대 의견이 곧바로 통화정책 경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GOOD MEETING” — 파월 의장의 평가

나머지 위원들은 관세의 물가 상방 리스크를 좀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동결을 선택했다. 파월 의장은 7월 31일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견조한 위치에 있다”면서 “당분간 들어오는 지표와 위험균형 변화를 살펴본 뒤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수의견이 위원회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

오늘 회의는 매우 건설적이었다. 우리는 모든 참가자, 특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사에게서도 분명한 논거를 들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9월 회의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연방기금금리가 적절한 수준인지 incoming data를 통해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 FOMC는 9월 16~17일 예정돼 있다.


▼ 용어 풀이
중립금리(Neutral Rate) : 경제를 과열·둔화시키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통화정책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스톨 스피드(Stall Speed) : 항공기 실속 구간에서 따온 비유로, 고용이나 성장률이 제로(0)에 근접해 꺾이기 쉬운 임계속도를 의미한다.
관세(Tariff) :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 미국 정부가 부과할 경우 해외에서 들여오는 상품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 근처까지 둔화된 상황에서, 고용지표가 추가 냉각될 경우 연준이 9월 또는 연내 한 차례 이상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위원이 ‘관세 리스크’를 경계하는 만큼, 8월과 9월 초 발표될 CPI·PCE 물가지표,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향후 정책 방향을 좌우할 결정적 트리거가 될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 FOMC 내부의 의견 분화는 오히려 시장과의 소통 투명성을 높이며, 연준이 ‘데이터 의존도’를 강화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단,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력과 차기 의장 인선 변수가 얽히며 연준 독립성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