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주가가 3년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미국 예탁증서(ADR)는 7월 31일(현지시간) 장중 46.90달러까지 떨어져 2022년 1월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이날 뉴욕 증시 프리마켓에서도 1% 가까이 하락해 46.60달러 선까지 밀렸으나, 정규장 개장 후에는 47달러 안팎에서 보합권을 형성하며 2022년대 초반 가격대를 맴돌았다.
하락세의 직접적 계기는 회사 측이 2025 회계연도 연간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틀 전(7월 30일) 투자자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EBIT) 성장률 전망을 종전 ‘중·고(중10%대 중후반)’에서 ‘중·저(중 한 자릿수대 후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노보 노디스크는 2025년 8월 7일부로 마지아르 ‘마이크’ 도우스다르(Maziar Mike Doustdar)를 신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정했다. 몸값이 고점을 향해달렸던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와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제시한 보수적 전망치는 곧바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평가 하향으로 이어졌다.
Bank of America(BoA)는 8월 1일 보고서를 통해 노보 노디스크(NYSE:NVO)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BoA는 “웨고비·오젬픽의 회복 경로가 불투명한 데다 추가 역풍이 성장 한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BofA 보고서 인용“컨센서스가 2026 회계연도 EBIT 성장률을 기존 ‘중10%대’에서 ‘한 자릿수 중·후반’으로 낮추는 추세로 이동하고 있다. 낙관론자(불스)는 이를 ‘충분히 낮아진 기준’으로 보지만, 비관론자(베어스)는 2025년 하반기 가이던스 하단과 2026년 한 자릿수 성장을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평가한다.”
BoA가 지목한 추가 역풍(headwinds)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2025년 캐나다에서 만료되는 오젬픽 특허로 인한 제네릭(복제약) 경쟁 가시화. 둘째,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협상 확대 가능성. 셋째, Eli Lilly의 경구 비만 치료 후보물질 ‘오포글립론(orforglipron)’이 시장에 가할 경쟁 압력이다.
IRA·TRx·비만 치료제…용어 해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은 2022년 8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으로, 기후·에너지 투자와 더불어 약가 인하 조항을 포함한다. 연방정부 메디케어(노년층 공보험)가 고가 의약품 가격을 직접 협상할 수 있어, 제약사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TRx는 ‘Total Prescriptions’의 약자로, 처방 건수를 뜻하는 월·주간 지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매출을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BoA는 “단기 호재가 주가 반등을 이끌더라도 결국 TRx 추세가 모든 것을 좌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egovy·Ozempic은 모두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계열 주사제로, 각각 비만·제2형 당뇨 치료를 주목적으로 하며 체중 감량 효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다만 공급량 제한, 보험 급여 범위, 경쟁 약물 등장 등으로 성장률 둔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리더십 변수도 투자 심리에 부담
투자자들은 40년 이상 내부에서 성장해온 도우스다르 차기 CEO가 북미 시장, 특히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리스크로 지목한다. BoA는 “대다수 투자자가 미국 사업 재점화를 위해 미국 경력이 풍부한 외부 CEO를 선호했으나, 결과는 달랐다”고 전했다.
다만 향후 일정 가운데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군 임상 데이터 발표와 차세대 복합제 ‘카그리시마(CagriSema)’와 일라이릴리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간 직접 비교 임상(Head-to-Head) 결과가 주가 반전을 이끌 잠재적 촉매로 꼽힌다.
그럼에도 BoA는 “투자자들의 낮은 위험 선호(low investor appetite)는 TRx 지표에 커다란 변곡점이 없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 시각: ‘방어적 가이던스’와 ‘주가 저점 탐색’
증권가에서는 노보 노디스크가 대형 제약사 중에서도 드물게 비만 치료제 단일 성장 스토리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코로나19 이후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경쟁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이번 가이던스 하향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방어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주가가 2022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간 만큼, 향후 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하거나 신규 파이프라인 모멘텀이 확인될 경우 과매도 구간에서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반면 “IRA 약가 협상, 특허 만료,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위험 요인이 적어도 2026년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통상 글로벌 제약주는 파이프라인 가치 산정 시 현금흐름할인법(DCF)과 리스크 조정 순현가(rNPV)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할인율’과 ‘성장률 가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가이던스 조정은 밸류에이션 모델 자체의 매개변수를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전략 관점에서 단기 급락 후 변동성이 확대된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기술적 반등(Dead Cat Bounce)과 펀더멘털 회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적과 처방 추세가 눈에 띄게 호전되기 전까지 적극 매수보다는 관망 내지 일부 자산배분 전략이 권고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본 기사는 원문 보도의 사실·수치를 최대한 정확히 번역·전달했으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