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관세 충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최신 무역 관련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effective tariff rate)’이 16.1%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울프리서치(Wolfe Research)가 분석했다. 이는 “위협 수준보다는 낮고,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낮지만” 현재 적용되고 있는 관세율보다는 확연히 높은 수치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31일(현지시간) 늦은 밤 ‘보복 관세(reciprocal duties)’를 명분으로 한 대통령 선포문(proclamation)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8월 7일 0시 1분부터 전 세계 수십 개국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미국에 불리한 글로벌 교역 체제’를 뒤흔들기 위한 강화된 행보로 풀이된다.
주요 선진국·신흥국 타깃
울프리서치는 보고서에서 “미국·유럽연합(EU)·일본·한국 등 주요 공업국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되고, 미국과 상품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기타 국가에는 10% 관세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라질에는 50%의 초고율 관세가 책정됐으며, 캐나다산 제품 중 USMCA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품목에는 35%가 매겨졌다.
멕시코의 경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협의를 통해 90일 유예기간을 추가로 부여받았다. 두 정상은 그 기간 동안 워싱턴과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울프리서치의 세부 추산
“추가 협상으로 한국 등과 잠정 합의가 이뤄진 부분은 관세 폭탄을 일부 완화했으나, 인도·대만 등은 오히려 관세가 상향돼 전체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했다.” — 울프리서치 전략가
울프리서치는 이번 관세 인상으로 미국이 거둬들일 수입 관세 규모를 약 580억 달러로 산정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 전망치였던 850억 달러보다 270억 달러 낮은 수치로, ‘막판 협상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전략가들은 “향후 몇 주 내 반도체·제약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가 시행되면 실효 관세율이 16.1%에서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어 풀이: ‘실효 관세율’과 ‘보복 관세’
실효 관세율은 모든 수입품에 부과되는 평균 관세 수준을 의미해, 소비자·기업이 실제 체감하는 관세 부담을 나타낸다. 한편 보복 관세는 상대국의 관세 정책이나 무역장벽에 대응해 동일하거나 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조치를 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공정 무역’을 위한 ‘상호주의(Reciprocity)’라 표현해왔다.
시장·업계 반응 및 전망
이번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다시 한 번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 당시 글로벌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던 전례를 고려할 때,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과 제조업 생산 차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반도체·제약 업계가 예고된 섹터별 추가 관세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무역 노선이 대선 국면에서 다시 한번 지지층 결집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일각에서는 “고율 관세는 결국 미국 내 소비자 물가로 전가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기자 해설 및 시사점
본 행정명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16.1%라는 수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약 1.5%)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관세 정책은 국가 간 협상을 통해 변동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양자·다자 협상의 향배에 따라 세계 교역 질서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고율 관세를 감안한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결국 높은 관세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CPI·GDP 등 거시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 실적을 통해 검증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8월 7일 관세 발효 이후 발표될 무역수지·소비자 물가 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