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 볼드윈(Alec Baldwin)이 뉴멕시코주 검찰·보안국을 상대로 제기한 ‘악의적 기소(malicious prosecution)’ 민사소송이 기각됐다. 사건은 2021년 서부극 ‘러스트(Rust)’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총기 오발 사망 사고와 직결돼 있어 영화계·법조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뉴멕시코 제1사법구의 케이시 피치(Casey Fitch) 판사는 전날(30일) 볼드윈이 제기한 소송을 “180일 동안 실질적인 절차 진행이 없었다”는 이유로 ‘절차 미이행에 따른 각하’ 처분했다. 1쪽 분량의 명령문은
“소송 당사자 누구든 30일 이내 재개신청(reinstatement)을 할 수 있다”
고 명시했다.
볼드윈 측 변호인 루크 니카스(Luke Nikas)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현재 합의(세틀먼트) 협상이 진행 중이며, 결렬 시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배경: ‘러스트’ 촬영 현장 사망 사고
볼드윈은 2021년 10월 뉴멕시코주 산타페 인근 세트장에서 리볼버(1873년식 싱글액션 아미 복제 모델)를 들고 카메라 앵글을 맞추던 도중 실탄이 발사되면서 촬영감독 할리나 허친스(Halyna Hutchins)를 사망케 하고 감독 조엘 수자(Joel Souza)를 부상케 했다. 헐리우드에서 30여 년 만에 발생한 첫 영화 현장 총격 사망이었다.
수사 결과, 현장 무기 담당자 해나 구티에레즈(Hannah Gutierrez)가 실탄을 오인 장전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는 2024년 3월 과실치사(involuntary manslaughter) 혐의가 인정돼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악의적 기소’ 소송의 주요 내용
볼드윈은 올 1월 특별검사 캐리 모리시(Kari Morrissey), 메리 카맥-알트위스(Mary Carmack-Altwies) 지검장, 산타페 카운티 보안국 수사관 등 10여 명을 상대로 ‘악의적 절차 남용’(malicious abuse of process)·명예훼손·증거 조작 등을 주장했다. 고소장은
“피고인들이 정치적·개인적 이득을 위해 볼드윈을 희생양으로 삼아 과실치사(manslaughter) 혐의를 ‘조작’했다”
고 적시했다.
해당 민사소송은 2024년 7월 열린 볼드윈의 형사 재판이 재판부의 ‘검찰·보안국의 증거 은폐’ 인정으로 공소가 취소되자 곧바로 제기됐다. 당시 재판장은 ‘치명탄’(live round)이 어디서 유입됐는지에 대한 핵심 자료를 검찰이 고의로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 법적 쟁점 해설
절차 미이행에 따른 각하(Dismissal for want of prosecution)는 일정 기간 당사자가 소송 진행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이다. 이는 ‘본안 판단’이 아닌 ‘절차적 사망’을 의미하므로, 동일 사유·피고를 대상으로 재소할 수 있다.
또한 ‘악의적 기소’는 공권력이 형사기소 권한을 남용해 개인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할 때 제기되며, 미국 민사소송에서 성립 요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원고는 ① 무죄 또는 기소 취하, ② 검사의 악의, ③ 상당한 이유 없는 기소를 입증해야 한다.
🎬 영화계·산업적 파장
허친스 사망 이후 할리우드는 영화 세트 총기 안전 프로토콜을 전면 재검토했다. 일부 스튜디오는 실탄·공포탄을 모두 폐기하고 CG를 이용한 총구 화염 효과로 대체하고 있으며, 배우·스태프 대상 화기 안전 교육이 강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 기각이 “형사책임과 별개로 제작자·배우의 민사적 보호막이 두꺼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반면, 노동조합 측은 “현장 안전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 기자 전문 분석
이번 결정은 볼드윈 측에 일시적 타격으로 보이지만, ‘재개 신청’이라는 우회로가 열려 있어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형사 책임이 이미 해소된 만큼, 볼드윈은 명예 회복과 금전적 손해배상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수사기관이 유명인을 상대로 한 고위험 사건에서 증거 공개 의무(discovery)를 위반한 전례”가 남았다는 점을 주목한다. 향후 미국 내 검찰 책임성 강화를 요구하는 입법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뉴멕시코주는 공무원 면책조항이 강력해 볼드윈이 손해배상액을 제대로 받아내려면 ‘악의’와 ‘권한 남용’이라는 높은 증명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만약 합의가 성사되면 양측 모두 장기 소송 부담을 줄이는 ‘윈윈’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끝으로, 볼드윈은 여전히 ‘러스트’의 프로듀서 자격으로 촬영을 재개해 영화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영화계, 법조계, 노동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공익성과 정치적 계산이 뒤엉킨 고위험 사건에서, 시간 지연도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