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금융 전문가 수지 오먼(Suze Orman)은 수백 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검소한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GOBankingRates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존중하고 아낄 때, 돈도 결국 당신을 존중한다”는 철학을 재확인했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오먼은 “이제는 굳이 절약할 필요가 없지만, 절약이 습관화돼 있어 계속 실천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가 막대한 재력을 갖고도 변함없이 실천 중인 5가지 절약 습관이다.
1) 외식은 단호히 거부
오먼은
“나는 외식에 돈 쓰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필요할 때—이를테면 호텔 투숙 중—한두 번 이용할 뿐, 일상적으로는 전혀 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서 쓰는 비용은 불필요하게 과도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배달ㆍ테이크아웃을 포함한 잦은 외식이 가계지출을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의견: 외식비는 식료품비 대비 평균 3~4배까지 비싸다. 특히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총지출 중 15%가 팁으로 빠져나간다. 국내 외식 물가도 급등하는 만큼 ‘주 1회’ 등 명확한 규칙을 두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10년 이상 타는 자동차
일반적인 교체 주기가 3년 내외인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오먼은 12년째 같은 차량을 운행 중이다. 그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돈도 없는 상태에서 새 차를 사는 건 어리석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먼은 감가상각이 큰 자동차를 ‘과시용 소비’로 분류한다. 실제로 신차는 출고 후 1년 차 감가율이 20~30%에 달한다. 자동차 구입은 ‘유지비ㆍ감가ㆍ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3) 미니멀리스트 옷장과 액세서리
그가 착용하는 목걸이는 1994년부터 30년째 동일하며, 귀걸이와 반지도 변함없다. 심지어 가진 핸드백은 단 하나로, 1993년 제품이다. 오먼은 “유행을 따라가느라 지출을 반복하면, 절약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국내 패션 소비 트렌드를 보면 ‘하이엔드·콜라보 한정판’이 반복적으로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자극한다. 그러나 의류ㆍ액세서리는 소득 대비 5%를 넘지 않도록 예산을 세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4) 은퇴자금, ‘로스(Roth)’ 계좌에 집중
오먼은 “세금공제를 미끼로 한 전통적 은퇴계좌보다, 세후(稅後) 불입 방식의 로스(Roth) 계좌가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로스 계좌는 불입 시 세금 혜택이 없지만, 운용 수익과 인출액 모두 비과세라는 장점이 있다.
추가 설명: 한국의 개인형퇴직연금(IRP)·연금저축계좌와 유사하게, 미국의 Roth IRA는 은퇴 후 인출 시 과세되지 않는다. 한국 투자자도 연금저축펀드ㆍIRP에서 세액공제 vs. 과세이연 구조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5) 비상자금 전략
오먼은 “미국인의 75%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400달러(약 53만 원)도 마련해 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장을 따로 개설해 매달 100달러씩 적립하면, 1년 후 최소 1,200달러에 이자를 더할 수 있다”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했다.
비상자금은 소득의 3~6개월치가 이상적이며, 이 금액이 확보돼야만 투자 손실·실직·질병 등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한국도 가계저축률이 30년 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예·적금 또는 MMF(머니마켓펀드)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경제적 의미
높은 소득층조차 물가 상승과 조세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먼의 절약 철학은 단순한 ‘짠테크’가 아니다. 소득보다 지출 구조를 관리해야 재무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금융기관들은 ‘라이트(Light) 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제로(Zero)·로우(Low) 피(fee)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는 소비 절제와 저비용 금융상품 활용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자 해설
수지 오먼이 전하는 다섯 가지 절약 원칙은 모두 ‘행동 금융학(Behavioral Finance)’의 관점과 맞닿아 있다. 손실 회피 편향, 현재 편향, 과도한 자기 확신 등 인간 심리가 금융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규칙 기반 소비를 택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MZ세대의 ‘소유보다 경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보복성 소비’와 ‘플렉스 문화’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 자산 축적을 위해서는 오먼의 철학처럼 검증된 원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가장 단순한 공식은 수입 증가만큼이나 지출을 억제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백만장자 오먼의 절약 습관이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