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앙은행, 7차례 연속 금리 인상 뒤 첫 동결…완화 전환 시점은 ‘신중 모드’

[브라질리아] 로이터통신 소속 마르셀라 아이레스 기자가 작성한 이번 기사는,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라는 중대한 이슈를 다룬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끝에 처음으로 기준금리(Selic)1연 15.00%에서 동결했다. 이는 2006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가 7월 21~25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5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이 ‘동결’을 예상한 만큼 시장에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

“정책 금리를 ‘매우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지난달 시그널을 재확인하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를 평가하겠다.” — 브라질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Copom) 성명

이번 결정으로 Selic은 2024년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급등 국면을 잠시 멈췄다. 시장의 관심은 곧바로 ‘첫 금리 인하 시점’으로 옮겨갔지만, 중앙은행은 “필요하면 추가 인상도 불사하겠다”는 문구를 재차 넣으며 성급한 완화 기대를 차단했다.

Selic1이란?
Selic(세릭) 금리는 브라질 국채 간 하루짜리 레포(Repo) 거래에 적용되는 표준 금리로,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한다. 남미 특유의 고물가 환경 탓에 Selic은 선진국 대비 항상 높은 편인데,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시장 영향 및 배경
브라질의 실질금리는 최근 러시아·터키보다도 높아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는 ‘초고금리 피난처’ 역할을 해 왔다. 올해 들어 헤알화 가치는 약 10% 상승해 수입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그럼에도 브라질의 공식 물가목표는 3%지만,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를 큰 폭으로 상회해 왔다. 경제 과열·정부 재정 부양책·타이트한 노동시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이 아직 실물경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라그 효과(정책 전환 후 경제에 파급되기까지 걸리는 시차)를 강조했다. 이는 곧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과 ‘소통의 여지’를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연준과의 비교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미 연준은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반면, 브라질은 공식적으로 “인하 논의 자체를 지금은 꺼내기 어렵다”는 보다 매파적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
시장조사업체 Focus가 집계한 기대인플레이션은 2025년에도 목표치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신용 성장 둔화·가계 소비 냉각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026년 상반기부터 완화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전문가 시각
현지 IB(투자은행) 관계자들은 “15%라는 고금리는 중소기업·가계에 상당한 부담이어서, 성장률은 올해 1% 중반대로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 외국계 펀드들은 “헤알화 강세와 높은 금리는 채권수익률을 끌어올려 투자 매력이 여전히 크다”며 브라질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자의 분석
브라질 중앙은행의 ‘동결·장기 유지’ 전략은 정책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다. 물가안정 목표제 하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어하려면, 무엇보다 정례회의마다 방향이 바뀌지 않는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 연준·ECB 등 주요국이 내년 중 누적 긴축의 후폭풍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 인하에 나설 경우, 브라질 역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완화 폭과 속도를 재조정할 수 있다.

추가 정보(참고)
Selic 금리는 2016년 10월 14.25%에서 2017년 8.25%로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이 시작되며 다시 인상 사이클에 돌입했고, 2024년 말 14.75%에 도달했다가 이번 회의에서 15.00%로 고정됐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8월 중순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② 노동시장 지표(실업률·임금 상승률)
③ 연말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재정지출 확대 여부
④ 글로벌 원자재 가격 동향 및 헤알화 환율

이들 지표가 둔화·안정 국면이면, 중앙은행은 2026년 초 또는 그 이전에도 ‘신중한’ 인하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다만 재정지출 확대가 계속되거나 상품가격이 재차 오르면 동결 기간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