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급등·금 가격 급락…파월 의장 ‘조기 인하론’에 제동

미국 달러화가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금·은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2025년 7월 30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면서 관세가 촉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현행 ‘완만하게 제약적인 정책 기조’가 적절하다고 밝혀 시장의 완화 기대를 차단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미 상승세였던 DXY 달러지수(Dollar Index)를 추가로 끌어올려 전일 대비 0.88% 급등,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게 했다.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은 귀금속 가격을 압박해 8월물 금 선물이 온스당 28.20달러(-0.85%) 밀리며 한 달 만의 저점으로 떨어졌고, 9월물 은 선물 역시 1.43% 하락했다.


주요 경제 지표 및 정책 이벤트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며, 관세가 인플레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ADP 고용보고서: 7월 민간고용은 10만4,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7만6,000명)를 뛰어넘어 4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연율 3.0% 성장으로 컨센서스(2.6%)를 상회했다. 핵심 PCE 물가지수도 2.5%로 예상치(2.3%)보다 높았다.
6월 미결주택매매: 전월 대비 0.8% 감소해 시장 기대(+0.2%)에 못 미쳤다.
FOMC 결정: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9대2). 보우먼·월러 이사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연준은 성명에서 “순수출 변동이 데이터를 흔들고 있으며, 상반기 경제활동 증가는 완화됐다”고 경기 판단을 한 단계 낮춰 표현했다. 이는 이전 ‘견고한 성장’이라는 평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외환시장 동향

달러지수 차트

달러/엔(USD/JPY) 환율은 0.61% 상승하며 3.75개월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 동부 해안 8.8 규모 지진과 쓰나미 경보로 ‘안전자산 엔화’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미국 지표 호조와 파월 발언 이후 빠르게 되돌림이 나타났다.

유로/달러(EUR/USD)는 1.10% 급락해 7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EU 관세 합의로 대부분 EU 상품에 15%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고, 이는 유로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유로존 2분기 GDP(전분기 대비 0.1%↑)와 7월 경기신뢰지수(95.8, 5개월 최고)는 예상치를 상회하며 낙폭을 다소 제한했다.

시장금리와 연계된 스왑시장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 확률을 49%, 10월 회의에서는 38%로 반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의 ‘인내’ 기조를 재확인함에 따라 확률은 전일 대비 소폭 낮아졌다.


귀금속·원자재 시장

금 가격 차트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특히 10년물 수익률 급등)은 금·은을 비롯한 귀금속을 압박했다. 장 마감 후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전해지자 금 가격은 추가로 온스당 30달러가량 급락했다. 은 가격 역시 동(銅) 가격 17% 폭락의 연쇄효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산 수입품에 25% 관세(8월 1일 발효)를 선언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사한 것도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한편 지정학적 긴장(우크라이나·중동 분쟁)과 무역분쟁 리스크가 상존함에 따라 장기적 안전자산 수요는 여전히 귀금속 가격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해설: 용어·지표 설명

• DXY 달러지수: 미국 달러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 가중평균한 지수로, 달러의 전반적 강·약세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 ADP 고용보고서: 미국 민간 급여대행사 ADP가 매월 발표하는 민간고용 추정치로, 미 노동부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NFP) 발표 전 시장의 ‘예고편’ 역할을 한다.

•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FFR)와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을 결정한다.

• 핵심 PCE 물가지수(Core PCE):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에서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값으로, 연준이 물가 목표(2%)를 판단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다.


시장 전망·기자 코멘트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을 매우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관세 인상이라는 외생적 가격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연준은 ‘선제적 긴축 대신 장기 동결’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 구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으며, 금·은 등 귀금속의 변동성 확대 국면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정책금리 사이클이 점차 하향 안정될 경우, 연준의 중립금리 재평가와 함께 2026년 이후에는 완화 전환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경기·물가·정책의 삼각 구도를 면밀히 관찰하며, 환율·채권·원자재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 관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