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무역 불확실성 완화 속 신중한 낙관…정책금리 동결 전망

도쿄(로이터)—일본은행(BOJ)이 31일로 예정된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연 0.5%로 동결하면서도 경기 전망에 대해 신중하되 다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도쿄와 워싱턴 간의 무역 합의로 일본 경기의 가장 큰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가 다소 해소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올해 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떤 힌트를 줄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관세 리스크가 남아 있는 성장 지표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저울질하고 있다.

히로시 나카소 전 BOJ 부총재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당분간 관망 자세가 필요하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글로벌 수요 둔화가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카소 전 부총재는 “불확실성이 충분히 완화돼 BOJ가 경제·물가 경로가 전망과 부합한다고 확신하는 순간 추가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회의에서 BOJ는 단기 금리를 0.5%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분기별 전망 보고서에서 BOJ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상향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수요 기반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는 못 미친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이 경제에 대한 전반적 평가에서 관세 리스크를 강조하던 기존의 ‘비관적 톤’을 일부 완화하되, 미국의 고율 관세가 기업 활동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경고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물 경기가 약하고, 수요 주도형 물가 압력이 부족하며, 무역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중앙은행은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스테판 앤그릭(무디스 애널리틱스 일본·프런티어 시장 담당 헤드)

앤그릭 헤드는 “다음 인상 시기는 내년 1월이 유력하지만, 빠르면 2025년 12월에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로이터가 미·일 무역 합의 발표 이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BOJ가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행 본관

‘상호주의 관세’ 완화 효과

올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체결된 일·미 무역 합의는 자동차 등 주요 일본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 인하를 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는 숨통이 트였으며, 이는 추가 금리 인상의 주요 걸림돌을 제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4월 ‘전면적 상호주의 관세’ 발표로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됐던 5월 1일 당시와 확연히 대비된다. 그날 BOJ는 현재의 경기·물가 전망치를 내놓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BOJ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이달 초 “미 관세와 세계 교역 둔화가 일본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9일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하면서도, 관세 재인상 가능성 등 주요 리스크를 거론했다. 기업들이 관세 회피를 위해 선주문‧선출하를 늘리면서 일시적 수요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임금·물가 연동 여부가 관건

애널리스트들은 대형 제조업체가 미국 관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일본의 임금 상승을 견인해왔다.

BOJ는 지난해 10여 년간 지속한 초대형 금융완화에서 단계적으로 이탈하며 1월 단기 정책금리를 0.5%로 인상했다. 이는 일본 경제가 물가 목표(2%) 안정 달성을 향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주의 관세’를 재차 언급한 뒤, 우에다 총재는 인상 사이클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이번 미·일 무역 합의가 연내 단기 정책금리 0.75% 인상 기대를 다시 불러일으킨 배경이다.

관세 추이 그래프

한편, BOJ 내부의 ‘매파’ 위원들은 고공행진 중인 식료품 가격으로 근원 인플레이션이 3년 넘게 2%를 상회한 점을 들어 물가 상방 리스크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BOJ가 5월 1일 제시한 최신 전망치에 따르면,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회계연도에 2.2%에 도달한 뒤 2026년 1.7%, 2027년 1.9%로 둔화될 것으로 제시돼 있다.

용어 해설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란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동일하게 관세를 매기는 조치로,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이다. 단기적으로는 교역국의 협상 압박 수단이 되지만, 장기적으론 글로벌 교역 위축·물가 상승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