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설탕 생산 확대 전망에 국제 설탕 선물가 약세

국제 설탕 시장이 다시 한 번 공급 쇼크에 직면했다. 10월 인도분 뉴욕 ICE 원당(코드: SBV25)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0.14센트(-0.84%) 하락하며 마감했고, 같은 만기 런던 ICE 백설탕(코드: SWV25) 선물도 -5.30달러(-1.12%) 내렸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농업축산공급부(MAPA)가 최근 15일간 설탕 생산량이 약 340만 톤에 달했다고 발표한 것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설탕 생산·수출국으로, 현지 공급 증가 소식은 곧장 전 세계 선물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같은 날 WTI 원유(코드: CLU25) 가격이 5주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손실폭은 제한됐다. 국제유가 상승은 브라질 설탕 공장들이 사탕수수를 설탕 대신 에탄올로 전환해 생산할 유인을 높인다. 에탄올은 브라질 교통용 연료 시장에서 가솔린과 경쟁하는 핵심 바이오연료로, 에탄올 수익성이 높아지면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설탕 가격의 하방을 일시적으로 방어했다.

수요 반등의 조짐도 단기적으로 가격 지지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국은 6월 한 달간 설탕 수입을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 톤으로 늘렸다. 또한 미국에서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카콜라가 미국 내 판매 제품에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을 배제하고 사탕수수당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고 밝히면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로 인해 미국의 연간 설탕 소비가 약 4.4% 증가해 1,150만 톤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라질·인도·태국, 나란히 생산 확대 예고

시장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은 주요 생산국의 공급 증가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Datagro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브라질 공장들이 사탕수수 분쇄량을 늘려 이달 상반기에만 총 분쇄 수수의 54%를 설탕 생산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분석기관 Covrig은 같은 기간 설탕 추가 공급량이 32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 정부는 몬순 강우가 예년보다 8% 많은 누적 440.1mm(7월 27일 기준)에 이르자, 10월 시작되는 차기 시즌(2025/26)부터 국내 공장들의 설탕 수출 재개를 허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 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은 2025/26년도 생산량이 3,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앞서 인도설탕공업협회(ISMA)가 추산한 2024/25년 2,620만 톤(5년래 최저치)보다 큰 폭의 반등세다.

세계 3위 생산국인 태국도 예외가 아니다.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2024/25년도 생산량이 전년보다 14% 증가한 1,000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이렇듯 복수 국가에서 동시에 생산량이 늘면 2025/26 시즌 글로벌 설탕 수급은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코모디티 트레이더 Czarnikow는 6월 30일, 다음 시즌에 750만 톤 규모의 글로벌 흑자(공급 초과)를 전망하며 “최근 8년 사이 최대”라고 강조했다.


국제기구와 정부 기관 전망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글로벌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 8,931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역시 1.4% 증가한 1억 7,792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재고는 전년보다 7.5% 증가한 4,118만 톤까지 쌓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보고서는 브라질의 2025/26 생산량이 4470만 톤(+2.3%), 인도가 3530만 톤(+25%), 태국이 1030만 톤(+2%)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설탕기구(ISO)도 5월 15일 자 보고서에서 2024/25 글로벌 적자를 9년 만의 최대치인 547만 톤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바로 다음 시즌에는 공급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가격 흐름 및 시장 심리

설탕 가격은 지난 3개월간 지속 하락했다. 뉴욕 원당 선물은 이달 초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 런던 백설탕은 거의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반이 ‘공급 과잉’ 시나리오를 반영하면서 선물 커브(만기별 가격 구조)에도 콘탱고가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브라질 센터-사우스(CS) 지역의 누적 2025/26년 생산량이 6월 말 기준 1,224만 톤(-14.3%)으로 보고된 점, 브라질 국영 곡물기관 Conab이 2024/25년 생산량을 4,411만 톤(-3.4%)으로 하향한 점 등은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다. 이러한 변수는 단기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용어 해설*
*WTI(서부텍사스산원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미국 원유 벤치마크.
*HFCS(고과당 옥수수시럽): 옥수수를 원료로 제조한 감미료로, 칼로리가 높고 체내 대사과정이 설탕과 달라 미 건강·비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UNIC A(우니카):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연합으로, 국가 최대 규모의 설탕·에탄올 생산자 단체.
*컨탱고: 선물시장에서 후행 만기 가격이 근월물을 웃도는 구조.


기자 해설 및 전망

주요 선물·현물 가격과 기초 통계가 동시에 하향 및 상향 조정되며 시장은 ‘공급 사이클의 정점’과 ‘단기 수급 불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은 몬순 강우 패턴라니냐/엘니뇨 변동성에 크게 좌우된다. 에너지 가격 또한 설탕 시장의 숨어있는 변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향해 재차 상승할 경우, 브라질 공장들이 에탄올 비중을 확대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설탕 공급을 억제할 수 있다.

다만 USDA가 제시한 2025/26 시즌 8년 만의 최대 흑자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약세장 진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바이오연료 정책 변화, 기후 이벤트, 주요 수입국의 정책성 재고 확보 등 구조적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