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2분기 매출 9% 증가…미국 가격 5% 추가 인상으로 관세 부담 상쇄

파리—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에르메스 인터내셔널(Hermès International)이 2분기에도 고가 핸드백 수요를 바탕으로 9%의 견조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버킨(Birkin)·켈리(Kelly)·콘스탄스(Constance) 등 1만 달러(약 1,350만 원) 안팎의 상징적 제품이 부유층 소비자의 구매 열기를 유지하며, 전반적인 글로벌 럭셔리 침체 국면 속에서도 회사를 견고히 뒷받침한 셈이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르메스 액셀 뒤마(Axel Dumas) 이사회 의장은 올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시행된 글로벌 평균 7% 인상미국 시장에 한해 5%p 추가 인상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합의된 15% 관세율”을 상쇄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관세 비용을 전액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방침이며,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가격 조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는 것이 뒤마 의장의 설명이다.

2분기(4~6월) 매출은 39억 유로(미화 45억 달러)로 집계돼, 고정 환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10% 상승)와 대체로 부합하는 실적이다.

핸드백을 포함한 가죽 제품 부문의 선전에 비해, 패션·실크 부문은 성장세가 둔화됐으며 향수·뷰티 부문은 소폭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번스타인(Bernstein)의 루카 솔카(Luca Solca)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실적 발표 직후 파리 증시에서 에르메스 주가는 2.5% 하락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는 올해 초 이후 2% 상승하며, 고급 주얼리 강세를 누리는 리치몬트(Richemont)와 함께 업종 내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 통제 전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에르메스는 연간 생산량을 6~7%씩 점진적으로 늘리면서도 철저한 수요 초과 상태를 유지한다. 그 결과 일부 고객은 가방을 받기까지 수개월을 대기해야 하지만, 이는 브랜드 희소성과 중고 시장 프리미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 전반을 살펴보면 샤넬·케어링(Kering)의 구찌(Gucci), LVMH의 루이비통(Louis Vuitton)·디올(Dior) 등 대형 패션 하우스가 매출 부진에 직면해 있다. 에르메스의 ‘희소성 기반’ 공급 전략은 이러한 업계 전반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탄탄한 방어막으로 작용했다.

중국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올해 유럽 럭셔리 브랜드의 시선은 미국 소비자에게 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주식시장 변동성과 소비심리 악화로 인해 수요가 일관되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뒤마 의장은 “중국 판매 환경에서 구조적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며 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재차 강조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는 2025년 전 세계 럭셔리 소비재 매출이 2~5%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년 1% 역성장에 이은 2년 연속 감소 전망으로, ‘포스트 팬데믹 수요’의 정점을 지나 업계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 용어 해설: 버킨·켈리·콘스탄스

버킨, 켈리, 콘스탄스에르메스의 핵심 가죽 제품 라인으로, 숙련 장인이 수십 시간 이상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공급량이 제한적이어서 중고 거래 가격이 신제품 가격을 상회하는 경우가 잦으며, ‘럭셔리 투자 자산’으로까지 불린다.

■ 관세(타리프)와 가격 전가

미국과 EU 간 통상 분쟁으로 부과된 15% 관세는 명목상 수입업체 부담이지만, 명품 브랜드는 이를 소비자 판매가에 반영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가격 인상분은 달러 강세·물류비 상승 등 기타 원가 변동을 흡수할 여지를 제공, 마진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 기자의 시각

에르메스의 장기적 가격 정책은 가격 탄력성이 낮은 초고가 시장의 특성을 극대화한다. 미국 추가 인상분은 관세 영향뿐 아니라 ‘지역별 가격 차익 거래’를 최소화해 리셀(re-sell) 시장의 과열을 억제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량을 고의적으로 제한하는 전략은 단기 매출 확장을 희생하더라도 브랜드 헤리티지와 마진을 지키는 ‘초프리미엄 차별화’ 모델의 전형으로 꼽힌다.

다만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핵심 시장이 동반 둔화될 경우, 향후 1~2년간은 가격 인상 외에 뚜렷한 성장 동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신규 제품군(예: 뷰티, 라이프스타일) 확장과 디지털 채널 강화가 구조적 성장을 이어갈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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