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CEO 선임, 구매총괄 프랑수아 프로보스트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 – 블룸버그

[파리=로이터]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Renaul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물색 작업에서 구매총괄(Chief Procurement Officer) 프랑수아 프로보스트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인용 보도에 따르면 르노 이사회는 30일(수) 열리는 회의를 통해 2025년 상반기 실적을 확정·공시하고, 동시에 신임 CEO 선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공식 발표 이전까지 최종 결정을 유보하고 있으나, 시장과 업계는 이미 프로보스트 선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외에도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레제코(Les Echos) 역시 “프로보스트가 사실상 유일한 유력 후보”라고 보도했다. 르노 대변인은 “선임 절차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면서도 세부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한 소식통은 “이사회와 사내 후보추천위원회가 30일 동시에 열린 뒤 장 마감(파리 현지 시각 17시 35분) 이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프로보스트는 1989년부터 르노에 몸담은 ‘정통 르노맨’으로, 2017년부터 글로벌 구매·공급망을 전담하며 비용절감과 부품 수급 안정화에 기여해 왔다. 구매총괄(CPO)은 제조업체에서 생산원가의 70~80%를 좌우하는 ‘부품·원자재 조달’을 총괄하는 자리로, 생산·품질·재무 전 영역을 아우르는 핵심 요직이다. 따라서 프로보스트의 선임은 최근 원자재 가격 불안과 공급망 파동 속에서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르노의 전략과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는 2025년 6월, 당시 CEO였던 루카 데 메오(Luca de Meo)가 돌연 사임하고 프랑스 명품 기업 케어링(Kering)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케어링은 구찌·입생로랑·발렌시아가 등을 거느린 프랑스 3대 럭셔리 그룹 중 하나로, 데 메오의 이동은 자동차·럭셔리 두 산업 간 ‘C레벨 인재 이동’ 사례로 큰 화제를 모았다.

데 메오의 퇴진 직후 르노는 재무총괄(CFO) 던컨 민토(Duncan Minto)임시 CEO로 임명했으나, 6월 판매량이 예상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내부 경고와 함께 주가가 흔들렸다. 르노는 오는 7월 31일 공시될 상반기 실적에서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잉여현금흐름(FCF)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이미 예고한 상태다.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단기 실적 개선’보다 구조적 비용 혁신이 절실하다”는 게 내부 결론으로, 이사회는 신임 CEO에게 ‘공급망 재설계’와 ‘전동화 전환 가속’이라는 투 트랙 과제를 맡길 전망이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역시 프로보스트 선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프로보스트는 2023년 닛산·미쓰비시와의 조인트 구매 협의체를 이끌어 연간 10억 유로 이상의 비용 절감을 달성한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EV)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로 지출이 급증하는 시점에 조달 전문가 출신 CEO가 등판하면 자금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내부 승진을 통한 안정감은 확보되지만, 글로벌 브랜드 강화·신사업 발굴에서 ‘파격적 혁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프로보스트가 “전략·브랜드 마케팅 경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C-레벨 조직 개편을 통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용어·배경 설명

  • 구매총괄(CPO): 생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품·소재를 선택·협상·조달·공급망 관리까지 전담하는 최고 책임자다. 전자·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 기업에서 상품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파워센터’로 꼽힌다.
  • 임시 CEO(Interim CEO): 정식 최고경영자가 공석일 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선임되는 수장이다. 주로 CFO나 COO 등 내부 핵심 임원이 겸직한다.
  •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의 본업 수익성을 나타낸다.
  •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투자·설비지출을 제외하고 얼마만큼 현금이 남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배당·부채상환·자사주 매입 등 재무 전략의 핵심 자원이다.

르노의 신임 CEO 지명 여부는 프랑스 현지 증시뿐만 아니라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소프트웨어·탄소중립 3중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비용 구조 혁신을 앞세운 ‘구매 전문가 CEO’ 카드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르노 이사회가 30일 오후 발표할 상반기 실적CEO 선임 결과에 따라, 르노 주가(EPA: RENA)는 물론 경쟁사 주가도 소위 ‘르노 프리미엄’을 반영하며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CEO 리더십 공백이 빠르게 해소될 경우,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 안정화와 함께 적정 주가수익비율(PER) 개선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르노가 프랑수아 프로보스트 체제를 공식화할 경우 1980~1990년대 ‘공급망 혁신’을 주도했던 일본 닛산의 고(故) 곤 회장 이후 구매 라인 출신 CEO가 다시 한번 글로벌 완성차 산업의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