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CEO, 미국 시장 공략 강화·상장 이전설에도 “미국 집중” 재확인

영국‧스웨덴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미국 시장 공략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매출 비중 확대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며, 최근 제기된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의 상장 이전 가능성’ 보도에도 “우리는 미국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못 박았다.

2025년 7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소리오 CEO는 “2030년까지 미국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제조 시설을 신속히 대서양 건너편으로 이전해 모든 미국 환자 수요를 현지에서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뮐달 아스트라제네카 사무소ⓒ NurPhoto / Getty Images

소리오 CEO는 “

우리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미국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며 미국 내 직원 수천 명, 생산시설 및 연구거점을 언급했다. 회사는 지난주 미국 제조·연구 인프라 확충에 500억 달러(약 65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美 투자 배경과 업계 환경

이번 투자는 미·EU 무역 협상에 따른 유럽산 제약 제품에 대한 15% 관세 가능성,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구해온 ‘제조업 본국 회귀(reshoring)’ 기조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소리오 CEO는 “현재의 관세 논의가 우리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 바이오제약 혁신이 세계를 선도한다. 오늘날 유럽에서 나오는 혁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유럽 규제·혁신 환경을 비판했다.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미국 시장 편중 전략은 이미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2024년 미국 매출은 연간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2025년 2분기(4~6월) 매출은 144억6천만 달러로 LSEG(구 리피니티브) 애널리스트 전망치 140억7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조정 기준 영업이익도 45억8천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44억8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런던→뉴욕 상장 이전설

1일자 영국 일간 The Times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본거지인 런던 증시 대신 뉴욕으로 주식 상장을 이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미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 대형 기술기업을 뉴욕에 빼앗긴 런던 금융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회사는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으나, 이날 아라다나 사린(Aradhana Sari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여전히 영국에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스칼 소리오 CEO

한편 FTSE100(영국 주요 지수) 소속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전년 대비 한 자릿수 후반 성장)과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두 자릿수 초반 성장)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15% 이상 부과될 경우 유럽 제약업체 전반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회사 측은 “2025년 매출 가이던스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 해설: ‘리쇼어링’과 관세의 의미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산업 전략을 뜻한다. 미국 정부가 자국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정성을 이유로 적극 독려하면서, 제약·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기업들의 대규모 현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EU-미국 간 관세 협상은 의약품에도 최대 15%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며 유럽 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한 다국적 제약사는 ‘미국 내 자급 체제’를 구축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번 500억 달러 투자와 상장 이전설은, ① 미국 시장의 압도적 성장률, ② 정책 불확실성 완화, ③ 자본시장 평가 제고라는 세 가지 축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