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생활용품 강자 프록터앤드갬블(Procter & Gamble, P&G)이 미국 시장에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내부 승진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동시에 2026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를 내놨으나 시장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P&G는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에 따른 추가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이달부터 미국 내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제품군의 소비자 가격을 ‘한 자릿수 중반대’로 올릴 예정이다. 이번 인상분은 월마트와 타깃 등 주요 대형 유통사에 이미 공지됐으며, 실제 매대 가격은 8월 중순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전날 회사는 35년 차 베테랑 임원 샤일레시 제주리카르(Shailesh Jejurikar)를 차기 CEO로 내정했다. 그는 2026년 7월 1일부로 61세가 되는 존 무엘러(현 CEO)의 뒤를 이어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된다. 내부 문화와 제품 포트폴리오에 정통한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불확실한 대외 환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 4분기 실적 — 시장 예상 상회
P&G는 6월 30일로 마감된 4분기(회계연도 기준) 매출이 208억9,000만 달러로, LSEG(구 레피니티브) 컨센서스 208억2,000만 달러를 소폭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1.48달러로 시장 전망치 1.45달러를 웃돌았다. 실적 호조 소식에 장전 거래에서 주가는 약 1% 상승했다.
유기적 성장(organic sales)은 2025회계연도 전체 기준 2% 늘어났다. 이는 가격 인상 효과가 컸기 때문인데, 특히 세제·위생용품 같은 ‘상시 생활필수품’(staples)이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CFO 안드레 슐텐(Andre Schulten)은 분석했다.
“올해 초 예상치와 달리 미국·유럽 시장 성장세가 둔화했고, 지정학·거시경제 변수도 변동성이 커졌다” — 안드레 슐텐 CFO
■ 관세 부담·구조조정
P&G는 2026회계연도에 최대 10억 달러의 관세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4월에 제시했던 10억~15억 달러 전망 상단을 일부 낮췄지만 여전히 실적 압박 요인이다. 회사는 지난 6월 전사적 구조조정을 시작해 2년간 약 7,000명을 감원하고, 수익성이 낮은 일부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4분기 가격은 평균 1% 상승했으나 판매량(볼륨)은 정체됐다. 이는 저소득층 가계가 대체 브랜드로 이동하거나 ‘필요할 때만 구매’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네슬레 등 다른 글로벌 식품·생활용품 기업도 북미 수요 약세를 언급한 바 있어 소비 둔화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 2026 가이던스 — 성장률 목표 보수적
회사 측은 2026회계연도 조정 EPS를 6.83~7.09달러로 제시했다. 컨센서스 6.99달러와 대체로 유사하지만, 성장률 기준으로는 저(低)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간 매출 성장률 목표(1~5%)도 월가 기대치 아래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관세·원가·환율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가이던스”라고 평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필수 소비재 특유의 가격 전가 능력’이 주가 방어막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생소한 용어 해설
① 유기적 매출(Organic Sales) : 인수·매각 등 외부 요인이 아닌 순수한 가격·물량 변동으로 발생한 매출 증가분을 뜻한다. 기업체 실적의 ‘내적 체력’을 가늠할 때 자주 인용된다.
②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 수익성이 낮거나 시장 성장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매각·철수하고, 고수익 핵심 브랜드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다. P&G의 경우 밀라노(Milano)·줄리언(Julian)과 같은 소규모 뷰티 브랜드를 처분 목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예시로 사용된 브랜드명, 실제 매각 대상 아님
■ 기자 해설 — 소비 둔화 국면에서의 방어 전략
P&G가 관세 충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선제적 가격 인상’과 ‘선택적 구조조정’이다. 필수 소비재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가격 결정력이 높아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가계 실질소득 정체와 대체재 확산이 그 여지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 폭·시기·대상 제품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
P&G는 1차 가격 인상이 주로 프리미엄 세제·개인위생 제품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으나, 저가형 브랜드에도 추가 인상 압박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필수품’이라도 브랜드 간 전환(B2C Switching)에 익숙해진 이상, 제품 차별화와 품질 혁신 없이는 매출 규모만 확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CEO 교체 시기다. 무엘러 CEO는 전임 데이비드 테일러 체제에서 비용 절감을 진두지휘해온 재무 출신이다. 반면 제주리카르 차기 CEO는 신흥국 영업·마케팅 경험이 풍부해 성장 드라이브를 걸 인물로 평가된다. 경영 색채가 ‘코스트 절감’에서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 향후 주가 포인트
① 관세 협상 진전 : 미 행정부가 중국산 생활용품 관세를 완화할 경우 P&G의 연간 비용 부담이 즉시 줄어든다.
② 원자재 가격 : 펄프·원유 등 핵심 원재료 시세가 안정세를 보이면 마진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③ 신제품 출시 성과 : 피부관리·건강관리(H&W) 라인업 강화가 단가 상승 및 충성 고객 유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종합하면 P&G는 관세·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도 전략적 가격 인상과 포트폴리오 정비를 통해 방어적 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적 전망은 보수적이지만, 필수 소비재 특유의 안정성과 비용 전가 능력 덕분에 중장기 투자 매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