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삼성전자(KRX: 005930) 주가가 29일 장 초반 1% 하락하며 전일 급등 이후 차익 실현 압력을 받았다. 전일 장 마감 직전 회사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NASDAQ: TSLA)와 체결한 165억 달러(약 22조 1,000억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급 계약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급등했으나, 단기 급등 부담이 이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될 차세대 ‘AI6’ 시스템온칩(SoC)이 핵심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8일(현지시간) 늦은 밤 개인 SNS를 통해 “삼성의 테일러 공장에서 우리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는 2023년 이후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따라서 대형 고객 확보는 손익분기점 복귀의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메가급 고객을 확보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 테슬라 ‘AI6’ 칩이란 무엇인가
AI6 칩은 차량용 인공지능 컴퓨팅 성능을 한층 강화해 완전자율주행(FSD) 4단계 이상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테슬라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업계에 따르면 3nm(나노미터) 이하 공정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 1nm는 10억분의 1미터로,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 선폭이 좁아 전력 효율과 성능이 개선된다.
기존 테슬라 ‘HW4’ 칩은 대만 TSMC가 생산했으나, 이번 AI6 물량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가 수주하면서 TSMC-삼성 간 파운드리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 시장 반응과 주가 흐름
전일(28일) 삼성전자는 장중 5%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약 26조 원 늘어났고, 거래대금은 8조 원 규모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 기준 주가는 전일 대비 1.0% 내린 78,5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매수 주체였던 기관투자가가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는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고부가 공정 전환에 따른 가동률 상승 기대가 반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양산 시점·수율 확인이 필요해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키움증권은 “파운드리 수율이 70% 안팎까지 끌어올려야 손익분기점 돌파가 가능하다”면서 “실제 양산 이전까지는 이익 기여도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 파운드리 사업의 구조적 과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글로벌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 대비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점유율은 60% 이상, 삼성전자는 13% 수준이다.
원가 부담 측면에서도 미국 내 공장 가동은 현지 인건비·전력요금 부담이 크다. 다만 미국 CHIPS법에 따른 보조금·세제 혜택이 손익을 일부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 역시 ‘K-칩스법’을 통해 대규모 세제 지원책을 확정한 바 있어, 삼성전자의 글로벌 투자 전략은 복합적인 정책 변수와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용어 설명 및 투자 포인트
파운드리(Foundry)란 설계(IP)를 보유한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대량 생산해 주는 사업 모델이다.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고객 맞춤형이 많아, 수율·공정 기술·설계 최적화 등 변수가 복잡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3nm 이하 공정에서의 수율 안정화 여부. 둘째, 테슬라 외에도 AMD·퀄컴·엔비디아 등 팹리스 고객사를 추가 유치할 수 있는지다. 기자 견해로는 AI6와 같은 상징적 계약이 파운드리 신뢰도를 입증하는 ‘레퍼런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 실적 기여를 위해서는 다수 고객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