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기술 수장 교체
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A)가 20년 넘게 재직해 온 아디티야 바신(Aditya Bhasin) 최고기술·정보책임자(CTO·CIO)의 퇴임과 함께 하리 고팔크리슈난(Hari Gopalkrishnan)을 새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내부 메모를 통해 밝혔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신은 은행 밖에서 중견기업을 자문하고 직접 투자하는 새 역할을 맡을 예정이며, 이에 따라 2011년 BoA에 합류해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이끌어 온 고팔크리슈난이 후임 CTO·CIO로 승진한다.
이번 인사는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메모에 명시됐다. 메모에 따르면 바신은 BoA 경영진(Executive Management Team) 일원으로서 기술·마케팅·소매금융 등 핵심 부문을 두루 거쳤으며, 퇴임 후에도 은행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1. 퇴임하는 바신의 발자취
바신은 2001년 BoA에 입사한 뒤 온라인·모바일 뱅킹 플랫폼 구축을 주도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매금융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BoA의 디지털 사용자 수는 2025년 2분기 현재 5,9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사이버보안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BoA는 2023년 기준 7,800건 이상의 특허·특허출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금융권 최상위 수준이다.
2. 신임 기술 수장 고팔크리슈난은 누구인가
하리 고팔크리슈난은 시티그룹(Citigroup)에서 선임 기술임원으로 경력을 쌓은 뒤 2011년 BoA에 합류했다. 그는 이후 모바일 뱅킹 앱 ‘BoA 모바일’, 온라인 투자 플랫폼 ‘메릴(Merrill)’ 등의 사용자 경험(UX)·백엔드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 왔다.
특히 2018년 출시된 AI 기반 가상 비서 ‘에리카(Erica)’ 개발팀을 총괄하며, 챗봇·음성인식 기술 접목을 통해 고객 상담 자동화를 현실화했다. BoA에 따르면 에리카는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 30억 회의 고객 상호작용을 기록했다.
“디지털·AI 역량은 미래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며, 고팔크리슈난의 리더십은 BoA의 혁신 가속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메모는 강조했다.
3. ‘에리카’와 AI 서비스 확장
‘에리카’는 모바일·웹 기반 대화형 AI로, 고객이 계좌 정보 조회·송금·투자 상담을 음성 또는 텍스트로 요청하면 즉각 응답한다. 국내 카카오뱅크 ‘Kakao I(아이)’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미국 내 시중은행 중 가장 빠르게 상용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BoA는 에리카 출시 이후 머신러닝·자연어처리(NLP) 관련 인력을 대규모 채용했고, 데이터센터의 GPU 기반 연산 능력을 증설해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업계에서는 BoA의 AI 기반 상담 비중이 2024년 15%에서 2026년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4. BoA의 기술 투자 전략
BoA는 최근 5년간 연평균 40억 달러 이상을 기술·디지털 인프라에 투입했다. 이는 매년 총자본투자(CapEx)의 20% 내외를 차지하며, 세계 대형은행 중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다.
특히 사이버보안에는 2024년 한 해에만 13억 달러를 지출했다. BoA 내부 관계자는 “규제 환경이 강화되는 가운데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아키텍처로 전면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경쟁사인 JP모건 체이스·웰스파고 역시 AI·클라우드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BoA는 특허 수·사용자 기반·가상 비서 상용화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5.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분석가들은 바신의 퇴임을 ‘세대 교체’로 해석한다. 바신이 인터넷·모바일 초창기 인프라 구축을 이끌었다면, 고팔크리슈난은 AI·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본격 확장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는 “금융권 CTO의 첫 번째 과제는 데이터 거버넌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곧 데이터 품질·보안·고객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적·조직적 체계를 의미한다.
고팔크리슈난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 클라우드 전환 가속 – 자체 데이터센터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병행해 비용 효율화.
② 생성형 AI(Gen AI) 도입 – 투자 자문, 신용평가, 리스크 모델링에 생성형 AI를 결합.
③ 핀테크·빅테크 협업 – 애플, 구글 등과 결제·신분증 API 연동 강화.
향후 2~3년 내 BoA는 ‘디지털 퍼스트(de facto digital)’ 은행으로 전환하여 대면 채널 비중을 지금의 25%에서 15%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지점 구조조정·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지만, 디지털 채널 수익성 향상으로 전사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 알아두면 좋은 용어
가상 비서(Virtual Assistant) – AI가 음성·텍스트 명령을 인식해 금융 상담·거래를 자동 수행하는 서비스다. 애플 ‘시리’, 아마존 ‘알렉사’와 유사하지만 금융 특화 기능이 포함된다.
특허 포트폴리오 – 기술·서비스 혁신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삼성·애플식 전략이 금융권에도 확대되는 추세다. BoA의 7,800건 특허는 금융·IT 융합 분야 선점을 의미한다.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 네트워크 내부·외부 구분 없이 모든 접속을 지속 검증하는 보안 모델로, 최근 금융권이 요구하는 규제 준수에 필수적이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텍스트·이미지·코드 등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AI. 투자 보고서 작성, 고객 서류 자동 작성 등 금융업무 효율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7. 결론
BoA의 CTO 교체는 단순 인사 이동이 아니라, AI·디지털 전환 2.0 시대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다. 바신이 마련한 기초 위에 고팔크리슈난이 첨단 기술을 얹어, BoA가 ‘테크 컴퍼니 수준’의 민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권이 디지털 전쟁터로 재편되는 가운데, BoA의 전략 변곡점은 곧 경쟁사와 투자자에게 중요한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