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공급 차질 우려 속에 1주 만에 다시 급등했다.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9월물은 전장 대비 1.55달러(＋2.38%) 올랐고, RBOB 휘발유 9월물도 0.0388달러(＋1.88%) 상승해 에너지 시장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글로벌 공급이 더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1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직접적인 촉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에 10~12일 내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기존 기한은 50일이었으나 대폭 앞당겨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질을 우려했다.
JPMorgan Chase는 “만약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원유 시장은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OPEC 여유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추가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새 제재에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결제망 차단,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한, 그리고 인도 대형 정유시설(러시아 로즈네프트 지분 보유)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이 포함됐다. 또한 러시아 ‘그늘 선단(shadow fleet)’ 소속 선박 105척이 추가로 제재 명단에 오르면서 제재 선박은 400척을 넘겼다.
OPEC+도 변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7월 10일 “OPEC+가 9월 증산분(일 54만 8,000배럴) 이후 10월부터 증산 일시 중단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OPEC+는 하반기 석유 수요 둔화와 재고 누증 가능성을 우려하며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일정도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과잉 시나리오도 동시에 제기된다.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시장 예상(＋41만 1,000bpd)을 넘어 일 54만 8,000bpd 증산을 결정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 회원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1.5%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 회원국 이라크의 추가 물량 전망도 가격을 누르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자치정부(KRG) 북부 유전에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한 수출 재개를 승인했다. KRG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상 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2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부유식 원유 재고가 주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7월 24일 발표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6% 낮고, 휘발유 재고는 0.2% 높으며, 중간유(등·경유) 재고는 18.5% 낮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보다 0.8% 감소한 일 1,327만 3,000배럴로, 2024년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일 1,363만 1,000배럴)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는 7월 2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전주 대비 7기 감소한 415기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에는 627기(5년 3개월 만의 최고치)가 가동된 바 있다.
용어 풀이
• WTI: 미국 텍사스주 쿠싱(Cushing)에서 인도되는 중질유로, 미국 원유 벤치마크로 사용된다.
• RBOB 휘발유: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어로, 환경 규제 기준에 맞춰 첨가제를 섞기 전 상태의 휘발유 선물이다.
• OPEC+: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글로벌 산유량을 조정해 유가에 영향을 미친다.
• 그늘 선단(Shadow Fleet):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선박 위치 정보를 끄거나 국적을 자주 변경하는 암암리 운항 선단을 의미한다.
달러 강세 역시 이날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공급 차질 이슈가 더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시장은 공급 불안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전망: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 협상과 OPEC+ 회의 결과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수위, EU의 추가 조치, 그리고 이라크·쿠르드 수출 재개 속도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실질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랠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