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던스, 중국 판매 조사 합의금으로 1억 달러 넘게 납부 임박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NASDAQ: CDNS)가 중국향 칩 설계 기술 판매와 관련해 미국 정부 조사 종료 대가로 1억 달러(약 1,337억 원) 이상을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케이던스가 미국 정부와의 합의에 근접했으며, 최종 합의금 규모가 1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케이던스는 미국 상무부가 수출을 제한해 온 중국 국방기술대학교(NUDT·National University of Defense Technology)와 연관된 위장회사(front company)에 칩 설계 소프트웨어를 불법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번 조사는 해당 혐의가 핵심 쟁점으로, NUDT는 핵폭발 시뮬레이션과 군사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상무부는 설명한다.


EDA 소프트웨어란 무엇인가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설계·검증·배선 배치 등을 자동화해 주는 핵심 툴이다. 칩 성능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국 당국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분류해 수출 통제를 엄격히 적용한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는 시놉시스(Synopsys), 지멘스 EDA와 함께 세계 3대 EDA 기업으로 꼽히며, 글로벌 반도체 설계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NUDT와 미국 정부 제재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 본교를 둔 NUDT는 중국 인민해방군(PLA) 산하의 국방 과학기술 연구·교육 기관이다. 미국 상무부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NUDT 및 그 산하 연구실을 수출 제재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제재에 따라 미국 기업은 상무부 허가 없이는 해당 기관에 소프트웨어·장비·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

그러나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과 소식통에 따르면, NUDT와 연결된 위장 법인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 내 민간 기업 명의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왔다. 이번 조사에서 케이던스가 이러한 우회 구매(primary front company) 채널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합의 진행 상황과 재무적 영향

케이던스는 올해 초 10-K 보고서에서 “2023년 12월 중국 판매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합의 협상을 개시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합의금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여러 소식통은 이번 합의 후 회사가 최소 1억 달러의 현금 유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억 달러는 케이던스가 2024회계연도 1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약 4억 7,000만 달러)의 20% 수준이다. 일회성 비용이지만, 연간 가이던스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런트 컴퍼니(front company)란?

프런트 컴퍼니는 특정 단체·국가의 실제 지배를 숨긴 채 상업 활동을 수행하는 위장 법인을 의미한다. 수출 통제 회피나 자금 세탁, 기술 이전 등 민감 활동에 자주 활용된다. 이번 사건에서 NUDT가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프런트 컴퍼니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전문가 시각 및 함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장비와 EDA 도구를 전략 기술로 규정해 수출 라이선스 발급 기준을 상향해 왔다.

시장 측면에서는 케이던스와 동종 업계인 시놉시스, 지멘스 EDA 역시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될 전망이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고객 실사(KYC)와 거래 상대방 컴플라이언스 검증 절차를 정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합의금 자체는 일회성 손실에 그칠 수 있으나, 미국 정부가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경우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EDA 업체들은 중장기 성장성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자체 EDA 툴 개발을 촉진하는 반도체 굴기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어, 이번 제재가 중국 내 국산화 드라이브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