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미국 증시에서 파생상품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 거래에서 옵션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H),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스(IBM) 등 S&P 500 지수에 편입된 3개 종목이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종목의 특정 만기 콜옵션이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손바뀜을 기록하며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심리를 반영했다. 특히 장·단기 금리 변동성 확대, 인공지능(AI) 투자 붐, 헬스케어 비용 구조 개편, 클라우드 및 하이브리드 컴퓨팅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주식보다 레버리지가 높은 옵션을 통해 공격적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 AMD: AI 열풍이 불러온 슈퍼사이클 기대감
이날 AMD의 총 옵션 거래량은 91만 7,735계약에 달했다. 이는 보통주 9,180만 주와 맞먹는 규모이며, 지난 한 달 평균 거래량(4,890만 주)의 약 1.88배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25년 8월 1일 만기, 행사가격 175달러짜리 콜옵션이다. 이 계약은 9만 1,267건 체결돼 기초주식 910만 주에 해당했다. 해당 옵션은 행사가격(strike)이 현 주가를 상당 폭 상회해, ‘외가격(Out-of-the-Money, OTM)’ 상태지만, 투자자들은 1년 뒤 AI 수요 급증에 따른 슈퍼사이클을 베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옵션이란? 주식이나 상품을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으로 사고팔 권리를 뜻한다. 콜옵션은 미래에 특정 자산을 살 권리, 풋옵션은 팔 권리를 의미한다. 만기일까지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프리미엄(옵션 가격)을 잃게 되지만, 상승·하락 방향에 대한 레버리지 배수가 커 고위험·고수익 전략으로 분류된다.
■ UNH: 헬스케어 대형주의 방어적 성격 속 이례적 콜 베팅
UNH의 옵션 거래량은 12만 9,887계약으로, 기초주식 1,300만 주 상당이다. 이는 UNH 최근 한 달 평균(1,320만 주)의 98.6%다. 특히 2025년 8월 15일 만기, 행사가격 380달러 콜옵션이 6,162계약 체결돼 61만 6,200주에 해당했다. 헬스케어 대장주인 UNH는 전형적으로 ‘디펜시브 스톡(경기 방어주)’으로 분류되나, 이날만큼은 공격적 콜 매수세가 유입됐다.
“미 정부의 메디케어 수가 조정, 보험료 인상 기대, 그리고 원격의료 인프라 확장 계획이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뉴욕 소재 한 옵션 전략가는 전했다.
UNH 주가는 연초 대비 15% 상승했지만, 380달러 스트라이크는 현 주가에 25%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IBM: 레거시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의 전환 가속
IBM은 이날 3만 5,489계약이 거래됐다. 기초주식 350만 주 상당으로, 최근 한 달 평균(480만 주)의 74.1%에 해당한다. 핵심은 2025년 8월 1일 만기 265달러 콜옵션으로, 1,966계약(19만 6,600주)이 체결됐다. IBM은 레드햇 인수 이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AI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주가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옵션 데이터 플랫폼 StockOptionsChannel.com에 따르면, 세 종목 모두 다수의 만기와 행사가격이 열려 있다. 그러나 이날 시장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먼 만기(2025년 8월)로 포지션을 잡아 중장기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 전문가 시각: 매크로 불확실성 속 ‘레버리지 플레이’ 확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주 밸류에이션 논란 등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옵션 시장은 개별 종목 모멘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AI, 헬스케어 혁신, 클라우드 전환은 중장기 성장 서사(narrative)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기관·개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콜옵션에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급등으로 브레이크이븐(손익분기) 포인트가 높아졌다”면서, 변동성 완화 국면에선 옵션 가치가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실제로 SKEW 지수가 최근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 시장이 꼬리 위험(tail risk)에 보험을 들어놓고 있음을 시사한다.
■ 향후 주가 촉매: 실적·가이던스·정책 변수
AMD는 8월 초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AI 칩 ‘MI300’의 수주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고, UNH는 보험료 조정 지침과 메디케어 애드밴티지(MA) 가입자 수 전망을 업데이트한다. IBM 역시 클라우드·컨설팅 부문 성장률이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을지 주목받고 있다. 옵션 투자자들은 이 같은 실적 시즌을 촉매로 삼아 주가 변동 폭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결국, 이날 급증한 콜옵션 거래는 매수자들의 상승 베팅이 분명하지만, 옵션 만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방향성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을 수 있다. 시간가치(Theta) 소멸 리스크, 내재변동성 변화 등 파생상품 특유의 함정 역시 경계해야 한다.
■ 결론: 레버리지·테마·리스크 삼박자 속 선택적 포지셔닝
월요일 장세에서 확인된 AMD·UNH·IBM 콜옵션 매수 행렬은 AI·헬스케어·클라우드라는 메가트렌드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 동시에, 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통해 선택적·전략적 노출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실적 발표와 정책 변동성이 교차할 때, 옵션 가격은 큰 폭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전략 수립 시 헤지와 포지션 규모 관리가 필수적이다.